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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하성면 마조리 한 주민이 지나치게 높이 매립된 토사를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1. 5.5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내일이면 또 잔뜩 싣고 올 텐데 어떻게 좀 해봐요 기자양반."

북한땅이 육안으로 바라다보이는 민간인통제구역에 덤프트럭이 토사를 쏟아붓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4월29일자 7면·30일자 5면 보도) 마을을 삼킬 듯한 덤프트럭 행렬이 이어지고 농지 매립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면서 민심도 흉흉해졌다.

휴일이던 5일 정오께 김포시 하성면 마조리에서는 3m 높이로 치솟은 매립지 근처에서 주민들이 농사에 한창이었다. 매립업자에게 농지를 빌려준 노인 A씨는 "내 땅이면 몰라도 자식 땅을 다 버려놔서 속이 터진다. 자식들 볼 면목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립업자는 지난 2019년 말 마을 사람 한 명을 대리로 내세워 주민 10여명을 설득했다. 주민들은 성토를 위해 1년간 벼농사를 안 짓는다는 조건으로 보상을 받았다. 노인 A씨는 "(매립)해 놓으면 좋은 거라면서 적당히 알아서 2미터 정도만 쌓을 것이라 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께 덤프트럭이 조금 오갔을 뿐 농지가 쉬는 동안 매립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4월 초부터 갑자기 덤프트럭이 무섭게 들이닥쳤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11일부터 모내기를 하려 했다는 B씨는 "어제는 비가 와서 안 왔지만 그저께(3일)까지도 흙을 들입다 부었다"며 "보의 둑보다 논두렁이 더 높은 지금 상태로는 농사짓기 힘들다. 논에 물 대기 어려운 건 둘째 치고 1천개나 되는 모판을 저 위에 어떻게 나를 것이며 장마 때 논둑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매립을 거절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사람이 옳았다"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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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맞아 매립업자들이 작업을 멈춘 5일 김포시 하성면 민통선 마을이 모처럼 조용해졌다. 사진 오른쪽 멀리 보이는 산이 북한 개풍군. 2021. 5.5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마을에서는 행정기관을 신뢰하지 않았다. C씨는 "주민들이 시청 담당부서를 수차례 찾아가 호소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청에서 뻔히 알고도 봐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매립업자에게 항의해도 고작 15톤 트럭 두 대 분량을 걷어내서 옆에다 펼쳐놓고 말더라. 내년에라도 정상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 출향 인사는 "첫 보도 이후 일부 주민 사이에서 제보자가 누군지 의심하는 얘기가 돌았다. 마조리는 원래 이런 마을이 아니었다"면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데 시청도 경찰도 군부대도 왜 아무 제지를 안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포시 농지관리팀 관계자는 "또 매립하더냐. 또 나가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단부 토사 성분검사 의향을 묻자 그는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