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없고 대외충격 취약한 한국 '생존문제'
북한 서해권 각종 금속광물 풍부하게 매장
인천시, 北과 '자원협력' 준비작업 서둘러야
지금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는 반도체와 배터리이지만 철광석, 구리, 니켈, 희토류 등 원자재 대란이 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요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희토류 등 희소금속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성능 모터에 쓰이는 디스프로슘과 인듐 등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배 이상 올랐다. 이차전지 배터리의 양극재로 쓰이는 코발트 가격도 2개월 동안 배 넘게 뛰었고 뿌리산업의 핵심 원료인 철광석, 니켈, 구리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광석은 메이저 1분기 생산 감소에 따라 가격이 10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t당 185.90달러로 전주 대비 5.8% 올랐다. 따라서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광물은 희토류다. 희토류는 주로 중국, 호주,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채굴된다. 하지만 산업용 희토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산업용 희토류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희토류 채굴과 정제, 가공 능력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환경보호를 내세우며 희토류 공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를 사실상 무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초 희토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전년대비 28.8% 급증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생산 감소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생산 중단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국 내 희토류 생산 중단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미국 등 서방국가에 대한 공격 카드로 희토류를 꺼내 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은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당시 희토류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우리 주력 산업은 일본과 경쟁을 통해 일궈낸 것이다. 하지만 주력 업종 대부분은 여전히 일본과 겹치고 수출 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부품·소재 등 일본이 앞선 기초기술 분야가 완성품 제조 기술과 시너지를 낼 경우 미국과 중국 제조업의 위협을 능가하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기업들과 함께 필요한 원료확보에 나서야 한다. 자원은 없고, 기술로 먹고 살며,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에서 안정적인 원료확보는 생존의 문제이다.
지금 당장은 미국 등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간 자원협력의 길이 막혀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인천시가 직접 나서 북한과 자원협력을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 서해권(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에는 희토류, 니켈, 바나듐 등 희소광물과 철광석, 구리 등 각종 금속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자원을 찾아 아프리카, 남미지역으로 달려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반도의 한 축인 북한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