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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캠리 승용차로 막아선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진출입로가 막힌 입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50대 여성운전자는 자신의 차에 관리사무소가 불법주차 경고스티커를 붙인 것을 사과하지 않으면 차를 빼지 않겠다고 버텼다. 경찰은 승용차를 이동해달라는 민원에도 일반도로가 아닌 아파트 단지라며 견인하지 않았다.

공분한 주민들은 차를 들어 올려 인도로 옮기고 차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차량 외부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마세요' 등 주민들이 붙인 스티커로 도배됐다. 관리사무소는 정당한 조치였다며 운전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고발했다. 이 여성은 나흘 만에 사과했으나 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최근 인천에서 '무개념 주차 횡포'가 잇따라 재림했다. 지난 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송도의 한 아파텔 벤츠 차량의 주차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실렸다. 공동주택 주차 공간이 아닌 통행로를 가로막은 승용차에는 '주차위반 경고스티커를 붙이지 말라'는 내용의 협박성 메모까지 붙어 있었다. 고발자는 사진 4장과 함께 "욕과 함께 딱지 붙이지 말라고 써놨네요.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달 미추홀에서는 벤틀리 차량이 이중 주차를 해 다른 차량이 다닐 수 없게 하거나 경차 전용 공간 2개 면을 독차지해 빈축을 샀다. 운전자는 경고스티커를 붙인 것에 화를 내면서 경비원에게 반말과 욕설을 했다. 송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아우디 승용차 운전자는 '토요일 스티커 붙이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붙이지 마라. 정말 화나니까'란 메모를 남겨 주민들이 어이없다고 혀를 찬다.

황당 주차 사례를 보면 고가의 외제차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운전자의 행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일 거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행태를 나무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폭언과 폭력, 협박을 일삼는다. 일그러진 플렉스(Flex) 문화의 폐해일 수 있다.

지하주차장은 법상 도로가 아니기에 교통법의 사각지대다. 다중집합장소나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다른 차를 막거나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해도 견인이나 처벌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얼마 전 한 운전자는 외제 차에 보복 주차하려다 수리비 15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