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창업·자격증… 노력했지만
"남은 건 감당하기 힘든 고통뿐"
누구의 도움도 거부 외톨이 선택
코로나에 일자리 급감 불안 심화


니트1
신조어는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과 속뜻을 살펴보면 시대를 반영한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우리 사회 속 어떤 청년들을 일컬어 부른 이 말도 지금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니트는 현재 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을 한 상태도 아니며, 직업훈련도 받고 있지 않은 청년을 부르는 말입니다.

취업하기도 어렵고, 취업해도 버티기 어려운 불안정한 현실 속에 청년 니트의 삶은 불안 그 자체입니다.

경인일보는 이들 청년의 삶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지난 3일부터 4일 양일간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 니트'(사진)를 집중 기획했습니다.

취재를 통해 만난 인천의 한성수씨는 아주 가끔 부모님 사업을 돕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도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구직활동은 아예 접었다는 게 그의 표현입니다.

올해 서른 아홉살인 그는 "20년 가까이 '일'을 가지려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너무 지쳤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라며 "직장인들조차 '투잡', '스리잡'이다 하면서 'N잡러'가 되는 세상인데, 만족스럽게 다닐지도 모를 직장을 구하는데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재수까지 하며 대학에도 다녔고 청년 창업가로 사업도 벌여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관련 자격증도 꾸준히 따면서 매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감당하기 힘든 고통뿐 이었다고 말합니다.

한씨는 "일을 할수록 삶이 더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 반대였다"며 "일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내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고 싶다. 어찌됐든 직업은 갖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사회·경제적 고립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 니트들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합니다. 사회가 인정하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취업 준비'를 노력하지 않으니 손가락질받기 쉽고 누구의 도움도 거부한 채 외톨이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취업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를 보면 니트 청년응답자 가운데 39%가 직업이나 취업 준비 등의 사안을 두고 부모와 갈등을 겪고, 26.2%가 가족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들의 불안을 더욱 가속화 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 니트가 지난 1년 새 8만명(24%)이나 늘어 2020년 말 기준 43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취업할 곳이 없는, 이른바 취업난도 날로 커지면서 일하고자 열심히 준비하던 청년들까지 두 손을 놓는 포기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2021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는 전년 대비 지난 1월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 감소 폭은 24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을 만큼 서비스업 일자리가 크게 줄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없이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자도 늘어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30만4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4천명 감소했습니다.

니트는 사회문제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머지않은 미래에 당면할지 모르는,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경인일보 기획보도를 읽고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할지 다 함께 고민합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