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 학과가 5개 전문기술 석사과정으로 이어져
실무전문가·재직자 위한 직무 역량 향상 교육
신입생 100% 충원·기업 50여곳과 협약 '내실'
미래자동차학·방송음향과 등 10~11월 모집
산업 집적 수도권서 단 2곳 선정 '준비 만반'

전국 5개 학교 중 하나다.
개념이 생소한 전문대 석사 즉 전문기술석사(마이스터)과정이 무엇인지, 수도권 중소기업과 기술자들에게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등을 소개한다.
# 평생'기술'학습

그에게는 학업과 취업 사이에 공백이 없었다. 그건 대림대학교만의 특별한 졸업전시회, 디펍(Dealim Pick-up Program) 덕분이다.
천씨는 "2018년 졸업작품으로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음향영상 설계를 발표했다. 디펍은 졸업작품발표회와 채용심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인데, 드림시스텍이 내 졸업 발표를 보고 채용의사를 밝혀왔다. 졸업과 동시에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좋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기술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갔다.
천씨는 "요새 업계에서는 DSP(Digital Signal Processor) 설계를 필수로 요구한다. 음향과 영상 등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장치들을 네트워크로 구성해 터치패드에서 통합 제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회사에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하니 흔쾌히 받아줘 지금은 모교에서 방송음향기술과 심화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천씨는 이번 학기를 끝내면 마이스터(전문기술석사)과정에 진학할 계획이다. 캠퍼스를 오가던 중 천씨는 대림대가 '전문기술석사' 과정을 도입하는 시범학교로 선정됐음을 들었다.
천씨처럼 학업과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듣는 과정이라고 들었다. 졸업할 때 배운 것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정보도 접했다. 그는 "마이스터 과정을 마치면 지금 회사에서 수행하는 작은 프로젝트보다 큰 프로젝트를 수주해 공연 하드웨어를 컨설팅하고 있을 것"이라며 들떠있었다.

# 숙련된 기술자 공급처, '마이스터대'
교육부는 지난달 대림대학교를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대학으로 지정했다. 마이스터대학이란 고숙련 전문기술인재 육성을 위해 직무중심의 고도화된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는 대학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 기본계획'에서 "계속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은 이론 중심 교육으로 한계가 있다"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을 졸업한 실무전문가의 지속적 성장과 재직자 등 성인학습자의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마이스터대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마이스터대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해 꾸준히 추진하다 지난 3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그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 100억원을 확보하며 동력을 얻었다.
천영주씨의 사례처럼 전문기술석사(마이스터)과정은 전문대의 전문학사 혹은 학사 학위 소지자가 관련 현장에서 3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학교마다 프로그램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림대의 경우 산업체현장교육 40%, 오프라인 수업 30%, 온라인 수업 30%로 구성했다. 교원도 현장전문가를 강사의 60% 이상으로 구성토록 돼 있다. 교수도, 학생도, 수업도 현장 위주다.

이 때문에 마이스터대 안착을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체 협조가 필수다.
마이스터대 추진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박상윤 대림대 산학협력처장은 "기존에 근무경력이 있고 현재 취업자가 아니라면 전문기술석사 과정 중 학교가 기업체를 연결하면 되고, 학교와 협약이 돼 있는 기업에서 근무 중인 경우 소속 기업에서 산업체현장교육을 하면 되지만 학교와 협조가 되지 않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공부하고자 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전문기술석사 과정을 밟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다시 생각하면 중소기업으로서는 기술 연마를 원하는 직원을 통해 회사의 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 전문기술석사의 경우 학위 수여 평가가 논문으로만 이뤄지지 않고, '기업R&D 프로젝트 결과 발표', '특허 등록' 등 기술결과물로 학위를 수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시범운영에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서울·경기·인천지역을 하나로 묶어 2개 대학 등 모두 5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마이스터대의 우수모형을 발굴해 간다는 계획이다.
# 대림대? 대림마이스터대!
산업이 집적한 수도권에 2곳밖에 없는 마이스터대학 중 한 곳으로서 대림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박상윤 산학협력처장은 "대림대는 전통적으로 공학계열 중심 대학"이라며 "이미 미래산업수요에 맞춘 현장중심교육을 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사업(P-테크), LINC+사업 등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중심 교육이 이미 내실있게 이뤄지고 있었다. 경기 남부 전문대 중 유일하게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했다. 이는 기술연마와 취업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 마이스터대 공모 전 기업 50여곳과 교원공급 혹은 산업체현장교육 등의 내용으로 협약을 맺은 준비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수도권 전문대 중 10여곳이 이번 시범사업공모에 지원했고, 대림대는 컨소시엄도 아닌 단독으로 시범대학으로 선정됐다.
박 처장은 "대학원 설립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통과되면 대림대에서 대림마이스터대로 별도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말했다. 대림대 6개 학과가 5개 전문기술석사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미래자동차학과 석사과정이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 정비 인력을 친환경 및 자율주행 자동차 정비기술인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래형자동차 산업기술인력 수요는 연평균 5.8% 증가하고 있어 2028년까지는 8만9천여명이 더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음향네트워크과 석사과정은 무대장치를 통합 제어하는 고숙련 방송시스템 기술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음향과 영상, 방송을 각각 제어했다면, 최근에는 이를 컴퓨터 코딩으로 통합해 제어하는데 이는 대표적인 IT 융합산업이다. 대림대에는 국내 유일의 방송음향시스템 학부과정이 있어 석사과정에서는 컴퓨터 정보학부를 융합해 스스로 음향영상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고숙련 융복합 네트워크 오디오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BIM설비유지관리과 역시 건축물의 기계설비를 통합 제어하는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최근 건축 및 소방설비 설계인력이 부족한 데다 대형복합건축물의 스마트설비 유지관리 인력이 새로 요구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
메카트로닉스시스템과는 로봇이 공정을 담당하는 스마트팩토리 환경에 맞는 인력을 양성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로봇 밀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만큼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할 일을 프로그래밍하고 로봇공정을 다루는 장비전문가 수요가 많다.
ICT융합안전공학과는 기능안전평가 전문기술인을 양성한다. 전자파안전 전문가와 소프트웨어기능안전 전문가 등이다. IEC61508 표준제정 이후 안전평가가 의무화되는 추세에 있는데, 국내 최초 기능안전전문가 양성 교육기관이 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들 5개 전공의 입학전형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10~11월 사이 각 과정별 10명씩 5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박 처장은 "기술명장대학원 설립, 즉 전문기술석사과정의 꿈은 전문대학계의 숙원사업이었다. 드디어 근거법이 마련돼 9월 시행에 들어간다.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마련되면 마이스터대학으로서 인가도 준비한다. 전문대의 선두주자로서 길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