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정보화 시스템 덕분에
코로나 시대 경제적 타격 적고
Zoom 수업… 그러나 언제까지
슬픔도, 웃음도, 의문 해결도
직접 만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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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벌써 칠팔 년은 족히 된 일이다. 충청북도 보은 가까운 어딘가로 선생님들끼리 학사협의회를 갔다. 한갓진 데로 가자고들 하셨다. 찾는다고 찾은 곳이 근처에 슈퍼도 음식점도 없다시피 한 궁벽한 산촌이었다.

밤은 깊고 슬슬 뱃속이 출출해지면서 뭔가 먹기는 먹어야할 텐데 준비해 온 음식들은 거의 다 동났다. 어떻게 하나? 하고 다들 궁금해하는데 내 머릿속으로 번개같이 '배달의 민족'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내가 우리 과에서 가장 최신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농담이지만, 아무튼, 휴대폰에 깔려 있는 '배민'으로 검색을 해 보니 과연 치킨 같은 것을 배달해 주는 데가 두어 곳 뜨기는 떴다. 그런데, 차로 줄잡아 20~3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그래도 전화를 하니 우리 쪽 사정이 딱해 보이셨는지 근 한 시간만에 드디어 음식이 배달되었다. 선생님들 환호성 소리가 낮지만은 않았다.

그랬는데, 한동안 '배민'이라고는 그 숱한 광고들을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다. 그저껜가 웬일인지 이 '배달의 민족' 생각이 나 평소에 맛이 좋은 봉평 산골 메밀국수 음식점을 찾아보는데, 체계가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전화로 서로 통화를 하는 게 '없어졌다'. 전화 주문이 있는지는 몰라도 화면에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 선택해서 결제하면 끝이었고, 카톡으로 완료를 알리는 문자가 달려왔다. 그러고는 음식점에서 출발했다는 둥, 어디쯤 오고 있다는 둥 하더니 현관 문앞에 배달이 되었으니 혹시라도 분실되지 않도록 빨리 수령하시라는 것이다. 배달해 주시는 분은 얼굴도 못 보고 맛있는 막국수를 맞아들일 수 있었다.

경험하고 보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요즘 가뜩이나 코로나19 덕분에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못하는데 이런 배달 시스템이라도 없었으면 장사하는 사람들 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다. 그런데 이 변화는 오로지 긍정 쪽으로만 작동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어느 사이에 우리 사회는 안정과 평온 대신 변화와 북적임 쪽으로 숨 가쁘게 내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 하나의 예가 서울 지하철이다. 지하철 노선 몇 개 생겨서 좋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많은 노선도 모자라 경전철 노선을 세운다, 서울을 관통해서 남북, 동서를 연결하는 노선을 그린다 하고 난리가 났다. 후미지고 구석진 곳에 새로운 교통편이 생겨나는 것을 탓하자는 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네 삶이 안정과 평온 대신 속도 빠른 변화를 체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배민'을 말했지만 휴대폰이나 컴퓨터 쪽은 더욱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배민'도 결국은 인터넷 시스템의 소산이지만, 우리 사회 어느 곳이든 이 정보화 물결의 세례를 받지 않은 곳이 없다. 며칠 전 한강에서 실종되었던 의대생이 꽃다운 생명을 잃어버린 사건은 한강에 CCTV를 더욱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는 엉뚱한 의제로 빠져나갈 뻔하다 겨우 정신을 새로 차리는 중이다. 사태의 진상을 둘러싼 논란과 탐사는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과연 인터넷과 정보화가 좋기는 좋다. 이 시스템 덕분에 한국은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경제적 타격을 가장 적게 받은 나라가 되기도 했고 캠퍼스에서 학생 찾아보기 힘든 대학에서도 줌(Zoom)으로 수업을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하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무슨 비상사태나 긴급조치 같은 상황을 살얼음 밟듯이 헤쳐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얼굴 마주보고 웃고 환담을 나누고 서로 기댈 수 있는 때는 언제 오려나?

슬픔도, 웃음도 그리고 사태의 진상을 둘러싼 의문도 '배민'처럼 배달되지 않고 직접 만나서 나눌 수 있는 때가 어서 속히 와주기 바란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