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구태와 경쟁·적대통해 정치자산 불려
전선은 유리하다… 머리 숙일 이유가 없다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정치가 변할 것 같다
민주당 친문 진영은 대통령 후보 경선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후보 선출 시기를 9월에서 11월로 연기하자는 얘기다. 명분은 후보 조기 선출에 따른 대선 전략 차질이다. 속셈은 이재명의 대안을 찾기 위한 시공간 확보이다. 당헌을 어겨야 하니 명분은 약하다. 이재명의 대안 모색은 절박하니 속셈은 선명하다.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경기도 김포 국회의원을 했던 김두관이 경선 연기론의 총대를 멘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국민의힘 영남 친박들은 윤석열을 저격한다. 부산의 서병수는 박근혜 탄핵의 원흉으로 윤석열을 지목했다. 대구의 김용판은 윤석열에게 합류 전 선사과를 요구했다. 젊은 이준석은 자강론을 앞세운다. 유승민, 원희룡은 윤석열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 정도 반정부 민심이면 나 홀로 정권창출도 가능하겠다 싶었을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을 바라보는 영남 기득권 세력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 중도 민심에 찍소리도 못 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입당을 보채는 것도 모자라, 들어오려면 무릎부터 꿇으라고 정색을 한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내 기득권 집단의 이재명, 윤석열 흠집내기는 역설적으로 '이재명·윤석열' 구도의 정치적 의미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여야의 기득권 세력은 적대적 공생으로 기득권을 지켜왔다. 당은 망해도 그들의 권력은 지켜냈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설계하고 만들어냈다. 기득권 내부권력의 위계와 담합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앞세웠다.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 여야 기득권과는 인연이 없다.
이재명의 정치적 성장은 눈부시다. 대선 경선에서 실패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거머쥐었다. 당내 기득권의 육성과정을 거쳤다면 이룰 수 없었던 전례 없는 압축성장이다. 이재명에겐 민심과 소통하는 재능이 있다. 소년공 시절부터 날 것 그대로인 민생의 한복판에서 단련시켜 온 후천적 재능이다. 현금 복지를 밀어붙이는 저돌성은 민심을 읽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윤석열의 등장은 타임 슬립에 가깝다. 검찰총장에서 대권 주자로 순간 이동했다. 자신의 업(業)에서 원칙을 지킨 덕분이다. 국민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예외 없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검사를 처음 봤다. 거대한 정권을 초라하고 구차하게 만든 검찰총장에게 국민은 열광했다.
두 사람은 구태와의 경쟁과 적대를 통해 정치 자산을 크게 불렸다. 정서적 공감과 공정한 원칙을 갈망하는 20대의 의식과 맞닿아 있다. 기득권 정치구조가 수십 년 다져 온 지역 구도와도 거리가 멀다. 이재명은 경기도에서 잔뼈가 굵은 법률가이자 행정가이다. 윤석열은 전형적인 서울내기이다. 중도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수도권 정서로 단련된 사람들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기득권 정치세력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재목들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재명·윤석열' 구도를 흔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득권 정치구조에 치명적이라서다. '이재명·윤석열' 구도는 국민의힘에 절망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또 절망한 민심이 선택한 시대적 대안이다. 무서운 간택이다. 민심을 배반하고 기득권 정치구조에 예속되면 순식간에 삭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을 길들이고 무릎 꿇리려는 여야 기득권 세력의 도발은 이제 시작일 뿐, 더욱 집요하고 험악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 전초전에서 승리하고 기득권 정치구조를 해체할 수 있어야 대권에 다가설 수 있다. 전선은 유리하다. 여야 모두 이재명과 윤석열을 버릴 수 없는 시한부 정당이다. 머리를 숙일 이유가 없다. 역사는 변경이 중앙을 대체하는 권력순환 법칙의 집대성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이 '이재명·윤석열' 구도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내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치가 변할 것 같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