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가정돌봄 아이 지원 안돼 '반쪽 짜리'
해당 과일 파는 편의점 찾다가 '포기' 일쑤
공무원, 현장목소리 안듣고 안일한 행정탓
경기화폐 온라인 결제·공급처 다양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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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부천시의원
경기도는 도내 모든 어린이집 원아들에게 1주일에 한 번 과일 간식을 제공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애초 반족짜리였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동들에게는 보육비를 지원한다.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들에게는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에게는 과일 간식을 지원하는데 가정에서 돌봄을 받는 아이에게는 지원하지 않는다면 보편복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저출산 시대에 출산장려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경기도의 가정보육 어린이는 2020년 12월 말 기준 19만1천여명이다. 경기도와 기초지자체의 예산은 77억3천여만원을 투입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도는 2020년부터 '가정양육 어린이'에게도 과일 간식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 또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역시 경기도'라는 칭찬을 듣기에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칭찬은 여기까지다. '가정양육 어린이'에게까지 과일 간식을 지원하겠다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정책은 실행단계에서 무참히 깨져서 그야말로 '의도는 선한데 욕먹는' 사업이 됐다.

상황의 전말은 이렇다. 경기도는 '가정양육 어린이'에게 과일을 공급하고자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결제 방식이 필요했다. 또한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과일을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이 편한 유통경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은 경기화폐를 통한 지급방식이고 공급처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을 선택했다. 겉으로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행단계에서 이러한 기대는 철저히 무너졌다.

우선 도민들은 관련 신청을 하고도 길게는 두 달 넘도록 지원 대상자 확정 통보를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이는 사업의 실행부서는 경기도 농업부서인 반면 지원 대상자를 검증해주어야 하는 부서는 보육부서인 관계로 부천시의 경우 많게는 1만여명의 대상자를 1명의 담당자가 검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또한 집 근처 편의점이 모두 해당 과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서 많은 시민들은 엄동설한(12월~2월)에 판매처를 찾아 많게는 수십여 곳의 편의점을 순례해야 했다. 참고로 편의점에는 문의할 수 있는 전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으며 지원금을 받아 놓고도 사용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각 시의 담당부서에는 민원전화가 폭주하여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우선 경기도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원대상만 20만여명에 달하는 커다란 사업을 진행하면서 얼마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 밖에만 나가면 접할 수 있으니 편의점에 가서 구입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편의점주들의 낮은 참여로 인해 철저히 잘못된 정책임이 드러났다.

또한 많은 도민들은 요즘같이 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에 '과일꾸러미'를 결제하러 편의점 수십여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이 시민을 위한 지원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하려 한다. 우선 사업신청과 대상자 검증은 경기도에서 진행하고, 대상자를 확정하여 시·군으로 통보하여 그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당 경기화폐의 결제방식을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하여 도민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결제를 위하여 거리를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급처도 편의점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주요한 판매방식이 '과일꾸러미'인 상황에서는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고 지역마다 있는 전통시장연합회 등과 함께 택배 상품 공급을 한다면 훨씬 안정적이고 책임성 있는 사업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경기도는 혁신적인 사업으로 많은 시민들의 칭찬과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가정양육어린이 과일지원 사업' 같은 실행상의 패착이 계속되면 그 또한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정책의 변화를 기대한다.

/정재현 부천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