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감으로 그 도시의 미래는 밝다
역사·문화 특성이 헌장에 고스란히
내년 1월 출범하는 수원 특례시도
규모·권한보다는 '공감 헌장' 기대
많은 도시에서 시민헌장 조례를 제정하고, 헌장에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특성을 담고, 도시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고 있다. 몇몇 도시의 헌장을 가볍게 살펴보아도 쉽게 그 도시의 특성과 지향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우리 대전…(중략)…새로운 과학문명을 일으키고', '화산릉에 서린 정조대왕의 효성과 얼을 이어 받아'(화성시), '빛나는 행주 얼의 전통과 숭고한 북한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우리 고양시민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헌장은 도시공동체 구성원이라면 함께 기억하고, 협력하여 실천해 나갈 가치와 도시의 특성,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도시의 시민헌장은 시민들에게 잊혀 있다. 작성될 당시에는 시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선포되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서 사라졌다. 헌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민은 빠져 있었고, 몇몇 전문가들의 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빨리 시민의 생활에서 멀어졌다. 4년이나 8년마다 단체장이 교체되는 민선 자치시대는 시민헌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전임자의 성과와 공적을 지우고,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려는 욕망이 이런 관행을 고착시키기도 했다. 아무튼 대부분의 도시가 현직 단체장이 내건 화려한 구호나 슬로건을 곳곳에 붙여놓았지만, 그 구호의 수명은 단체장의 임기와 같이했다.
많은 시민들이 오랫동안 그 도시의 시민헌장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도시, 새로운 시민이 그 도시로 이주해도 그 시민헌장을 학습하고 익히며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도시,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갈등을 예방하거나 감소시켜주는 도시는 어떻게 가능할까?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주제일 것이다.
몇 해 전에 주민자치회 전환과정에서 나온 마을헌장에 대한 경험을 기억한다. 자치회로 바뀌면서 마을계획도 수립하고 주민총회도 개최하면서, 마을주민이 함께 공유해야 할 마을헌장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다. 다만 그 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만들어진 마을헌장은 아직 보지 못했다. 마을헌장을 만들어보자고 의욕을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그 일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마을헌장을 보게 될 것이다.
최근 수원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로 시민헌장을 만들어보자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 1월에 출범하는 수원특례시의 시민헌장을 시민들이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정은 간단하다. 시민헌장에 담아야 할 단어 3개씩을 시민들이 제출하고, 모아진 단어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찾아 헌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30개 안팎의 단어면 헌장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한다면 명실상부한 시민헌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수원특례시로 발전하면서 규모와 권한만을 키울 것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높이려는 시민헌장 사업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민의 시대를 열어가는 참신한 시도로 주목을 받고 시작되었지만, 선한 뜻만으로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도시이든 공유된 가치가 가지고 있는 힘을 분명하게 알고 있기에, 시민이 만들어가는 시민헌장이 잘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결과를 지켜본다. 이번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낳아 여러 도시로 확산되길 바란다.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