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해물 등 포함된 반찬 식사로 제공
게시판 세계지도에 나무 스티커 붙여
인천교육청, 513곳 月2차례 시행키로
1명당 年5그루 심는만큼 탄소배출감소
"맛·재미·참여 다양한 교육활동 중요"
학교 급식실에서는 점심 식사가 한창이었다. 밥을 다 먹고 급식실을 나가려던 2학년 학생에게 "오늘 채식 급식이 어땠냐"고 묻자 이 학생으로부터 "맛있게 먹었는데, 채식인 줄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식단을 살펴보니 채식인 줄 몰랐다는 저학년 학생의 말이 이해됐다.
점심은 차조밥과 아귀살무국에 반찬으로는 해물짜장볶음우동, 채소크로켓, 오이맛살무침, 배추김치가 나왔고 후식으로 아이스홍시가 있었다. 국에는 뽀얀 아귀살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고, 해물짜장볶음우동에는 새우와 오징어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채소만 있을 거라는 짐작과 달리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임혜란(34) 석남초 영양교사는 "채식을 한다고 하면 오로지 채소만 먹는 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학교는 우유와 생선, 달걀, 해물 등은 채식 범위에 포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며 "소, 돼지, 닭 등 '육고기'만 재료에서 제외하고 있다. 채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낮은 단계의 채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이 올해 6번째 'VTS day'였는데, 급식 현장에서 채식 식단을 힘겨워하는 학생을 발견하지 못했다. 햄이나 소시지, 돈가스나 닭강정 등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채식하는 날이라고 해서 남기는 잔반의 양이 평소보다 많아지지 않는다.
21년 차 경력의 김현심(61) 석남초 책임조리실무사는 "아무래도 채식을 하는 날은 음식을 조리할 때부터 신경이 쓰인다면서, 같은 식재료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볶거나 튀기는 조리법을 사용해 거부감을 줄이려고 영양교사 선생님들과 상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고기가 없으면 실망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고기반찬이 없다고 불평하는 학생을 찾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샐러드나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다. 선호하는 반찬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한 학생이 학급을 대표해 세계지도가 그려진 급식실 게시판에 일곱 그루의 나무 그림이 그려진 자석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이 보였다. 채식을 실천하면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기 위해 임혜란 영양교사가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한 사람이 1년간 매주 한 차례씩 채식을 실천할 경우 30년산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는 미국 한 대학의 연구 결과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임 영양교사는 "한 학급이 하루 채식을 하면 7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려고 생각해 낸 채식 참여 게시판"이라고 설명했다.
게시판 '석남초등학교 참여현황'에는 "2021년 5월6일까지 5차례의 VTS day에 2천374명이 참여해 소나무 712그루를 심어 솔빛꿈터 소나무동산 10개가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석남초등학교에는 70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진 '솔빛꿈터'라는 소나무동산이 있는데, 채식을 할 때마다 이 소나무동산 2개 만큼의 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석남초등학교는 인천시교육청의 채식선택급식 선도학교 6곳 가운데 하나다. 석남초는 월요일과 목요일을 번갈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채식을 먹는 VTS day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특수학교를 제외한 초·중·고교 513곳에서 한 달에 2차례 채식 급식을 하도록 하고 있고, 선도학교 6곳에는 학교당 1천250만원을 지원했다. 학교뿐 아니라 시교육청과 교육연수원 내 교직원 식당에서도 매주 1차례씩 채식 급식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학생 1명당 소나무 5그루씩 연간 총 155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남초는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채식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석남 채린이(채식+어린이)'라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학교가 매달 제공하는 채식 레시피를 보고 채식 도전 실천 후기와 인증숏을 학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리면 매달 참여자 선착순 10명에게 비건 식재료를 선물로 준다.
석남초는 단순히 채식 급식을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실 수업에도 채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시간을 1학기에 1시간씩 마련할 계획이다.
채식을 통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육식을 하려면 동물의 사육과 도축, 유통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육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주자는 것이다.
연말에는 학생들이 채소들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는 실습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한은주(51) 석남초 교무부장은 "채식급식을 통한 기후위기대응 교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맛', '재미', '참여'라고 생각하고, 채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준비했다"면서 "환경문제는 모든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인 만큼 학교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남초등학교가 채식급식에 좋은 선례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