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법무사회 수원지부
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법원 민사합의 접수담당관으로 근무할 때 국가와 전국 정신병원 15군데를 상대로 5천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가져온 30대 여성이 있었다. 내용을 보니 자신은 정신병자인데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했으니 국가와 국내 정신병원은 자신에게 5천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이다. 그 돈을 받아 세계 최고의 정신병원을 짓겠다는 거였다. 필자는 접수를 거절하고 그날 저녁 당직실에 접수해서 다음 날 아침 필자에게 넘어온 소장(?)을 소장으로 접수하지 아니하고 감사민원실에 가져다주고 우편으로 반려하게 했다. 사실 접수담당관은 재량권이 없다. 일단 접수를 하고 판사가 흠결사항(인지미첨)에 대하여 보정명령을 하고 각하하거나 내용이 부실하면 기각하는 것이 일반 예이다.

그러나 행정관청은 다르다. 접수담당이 보정권고하거나 접수거절을 한다. 그러다 보니 고소장을 작성해주고 경찰서에 접수한 의뢰인이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고 주변 법무사들로부터도 고소장 써주면 경찰서 접수담당이 '법원에 가서 민사로 처리해라 고소가 안 된다'고 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접수를 거절하지 않고 일단 접수 후 검사·판사의 결정으로 각하, 기각 또는 보정명령 처리해온 법무사들은 상당히 당황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고소·고발사건은 일본의 50배로서 고소·고발이 남발되기도 하고, 자칫 고소를 잘못하면 역으로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제까지 경찰서에서 고소장이 접수 거절되면 검찰청에 접수하여 다시 경찰서로 이첩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할 수 없게 되었으니 피해자구제(보상)가 더 어려워진 것 아닌가 우려된다. 다행히 최근 경찰에서 판례조회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게 된 경찰이 좀 더 책임감 있게 수사를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고소장도 일단 접수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반려 등의 절차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를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개선될 것을 기대해본다.

/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