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노예로 보는 주인의식 때문
볼줄만 알고 보여주는 것조차 몰라
집중 관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
제품 쓰는 용도 사람마다 다르다

짝을 이루는 단어는 전체를 지배하는 사상을 내포하고 이 단어만 보면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 동전의 앞쪽에 '기업'이라고 썼다면 뒤쪽에는 어떤 단어를 써넣으면 스타트업을 의미 있게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마인드셋을 했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이 과제가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의 베조스 회장은 동전의 뒤쪽에 '고객'이라고 썼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마존의 미션은 '지구 최고의 고객 중심 회사를 지향한다'라고 했기 때문이다(We aim to be Earth's most customer centric company). 세계 1등 기업을 만든 생각이다. 인류에 공헌한다, 1등이 되겠다, 가치를 창출하겠다, 세계를 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 인재를 육성한다, 국가에 보답한다 등등 많은 회사가 이런 문구를 비전이나 미션에 언급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들은 '고객'의 종속 변수들이다. 고객이 있어야만 결정되는 종속변수 Y이다. Y=ax에서 x에 따라 Y는 자동으로 결정되는 변수일 뿐이다.
코로나19가 변화시킨 것들이 많이 있지만 요즈음 MZ세대들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실로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고객은 왕이라고 하는데 고객을 종처럼 부리고 있는 업체들이 있으니 말이다. 요즈음 백화점에 오픈 런(Open Run)이 한창 화제다. 백화점 문이 열리기 전에 줄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 쏜살같이 달려들어 가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때나 있을 법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워낙 한정된 수량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연중행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X세대 Y세대들에게는 MZ세대들의 백화점 오픈 런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가격이 비이성적으로 비싼 세계 명품을 사려는 사람들이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할 때는 원가에 적정한 이윤을 더한 가격으로 결정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 가격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보다 높으면 안 된다고 배웠다. 즉 '원가<가격<가치'를 말한다.
그런데 이 가치가 문제다. 기업은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일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이라는 가치를 받는다. 그런데 가격 결정이 단순히 원가를 기준으로 결정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의 행동은 가격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많이 있고 이 또한 고객을 깊이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간은 이성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근처에 싼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음에도 굳이 멀리까지 찾아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 베블렌 효과, 밴드웨건 효과, 스놉 효과, 파노플리 효과 등은 일종의 비이성적인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렇듯 고객의 인식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다. 기업이 고객을 보기도 하지만 고객이 기업에 자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식에는 주체와 대상이 있는데 통상 주체(기업)의 관점만 부각된다.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공급자 시장(Seller's Market)에 익숙해져 있던 과거 관습 때문이다. 내가 본다는 뜻은 내 맘대로 제품을 만들고 경영을 하겠다는 뜻이다. 고객을 노예로 생각하는 주인의식 때문이다. 이럴 때 고객은 기업에 이렇게 말한다 "그건 니 생각이고~~". 많은 기업이 볼 줄만 알지 보여준다는 것조차 모른다. 보여준다는 것은 속마음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집중해서 관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제품을 사서 무엇을 하려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망치를 못을 박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지만, 액자를 걸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 설령 못을 박고 액자를 건다고 하더라도 그 1차 목표는 서로 다른 것이다. 이것을 JTBD라고 한다(Job to be done). 고객을 동전의 뒤쪽에 새겨 넣는 것은 스타트업의 소명이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