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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순미 실장, 간이식팀 김두진(외과) 교수, 공재섭씨와 아들 경호씨, 간이식팀 최상태(혈관외과) 교수, 장기이식센터 김현주 주임 간호사. 2021.5.11 /가천대 길병원 제공

교통사고로 간이 심각하게 파열되는 등 사경을 헤매던 환자가 간이식 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인천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공재섭(58)씨는 지난해 1월 13일 운전 도중 난간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해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의식이 없었던 그는 다발성 골절과 함께 사고 순간 압력에 의해 간이 파열됐고 신장도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간이식은 국내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이식 후 회복 확률도 낮다고 한다. 

길병원 간이식팀 김두진 교수(외과)와 최상태 교수(혈관외과)의 집도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김두진 교수는 "외상으로 인해 간이 손상된 상태였기 때문에 유착도 심했고 이식 수술 자체도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에서 진행됐다"고 했다. 환자는 다행히 수술 후 간기능을 점차 회복했지만 좀처럼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는 아들 경호(21)씨는 대학 입학까지 미루고 아버지 곁을 지켰다.

아버지 공씨는 사고를 당한 날로부터 약 100일 만에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그렇게 새 생명을 얻은 그는 최근까지도 길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김두진 교수는 "외상으로 인한 간 손상으로 이식을 받고 회복한 것은 국내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로, 공씨의 사례는 외상학회에도 발표할 만큼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씨는 생업에 복귀했고, 아들 경호씨는 올해 대학에 새로 입학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