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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벗어난 '독특한' 정치 뉴스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오직 한길! 30년간 대한민국 정치 일선에서 생생한 뉴스를 전달해 온 정의종 정치전문기자가 경인일보 디지털 뉴스 '정치 인사이드' 코너를 신설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쿨하게 풀어드립니다.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린 민선 1기부터 지금까지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 대선 등 보수와 진보진영의 정권 교체와 이양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대한민국 정치의 산 증인입니다. 10년간 청와대 출입기자를 거친 최장수 국회 출입기자로 누구보다 부지런한 발과 타고난 정치 감각, 현실에 대한 직관력이 강점입니다.

2006년 '수해 골프'를 비롯해 '경기교육청의 교원 부정인사',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등을 특종 보도 하는 등 총 6차례의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경력이 있습니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전문기자의 혼과 촉으로 경기·인천 정치 이야기를 풀어 독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경기도는 대권의 요람일까, 무덤일까

어찌 됐던 경기도는 민선 1기부터 지금까지 경기지사들이 '잠룡'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이어왔습니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지사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지사가 별의 순간을 맞으며 경기도의 위상과 수준을 끌어 올렸지요. 

아직 별을 잡은 사람은 없지만, 풀뿌리 자치제 이후 웅도의 위력을 과시하며 경기도의 존재감을 높여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돌이켜보면 여든, 야든 그들이 있었기에 변방에서 신정치 중심으로 성장하였지요. 

이를 기반으로 더 큰 활로를 모색할 근원도 만든 셈이고, 그런 측면에서 지난 한 주는 한때 잠룡으로 '중부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던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별세 소식과 여권 유력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대권 세력화는 우리 경기지역의 중요 뉴스죠. 

굳이 연관성은 없지만, 글을 쓰는 기자로서는 두 현상을 짚어 보며 경기도와 대권의 의미를 새겨볼 가치가 있다고 볼 때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그쳐야 했던 이한동의 정치인생과 이무기가 될지 용으로 승천할지 그 시작점에 선 이재명의 대권가도를 조명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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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안장식이 1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1.5.11 /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 정치 거목 이한동 전 국무총리 별세
우리는 그를 '한또'라고 불렀습니다. 정치적으로 선이 굵고 결단력이 있어 '단칼'이라는 별칭이었지요.

경기도의 정치 거목으로 통했던 그는 11대부터 16대까지 6선 국회의원에 신한국당 대표, 한나라당 대표,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내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대표했던 지역 맹주였습니다.

그의 부음은 어버이날이자 주말인 지난 8일 알려졌습니다. 자택에서 갑자기 가래가 차올라 응급실로 후송했으나 때를 놓쳤다는 게 더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한 측근은 "주말인 데다 자택에 사모님만 계셔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시간을 놓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거구에 항상 꼿꼿한 자세를 보였던 그는 '해불양수'(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라는 좌우명대로 여야를 뛰어넘어 생전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실현했습니다.

'폭탄계'의 지존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술을 즐겼습니다. 과거 여당이던 민정당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를 맡았을 때 낮에 의회에서 맺힌 감정을 밤에 술 한 잔으로 풀어내는 타협의 정치를 보여준 장본인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와 가까운 정치인들을 소위 '폭탄계'라고 했을 정도였을까. 끈끈함이 있었던 시절이었지요.

때론 우리 경기지역 기자들과도 고려 왕건의 리더십을 얘기하며 중부권 대망론을 강조하였지요.

그는 정치하는 동안 "나라의 고질병인 지역감정과 패권주의를 타파해야 한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1934년 포천 출생이고, 지역 정가에선 경기 하남 출신의 해공 신익희(전 국회의장) 이후 경기도의 걸출한 지도자로 손꼽혔습니다.

그의 죽음에 많은 언론은 '협치' '통합' 화합'을 실천한 정치인으로 평가했습니다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로 정치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지금처럼 상식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우리 정치에 그의 통합 정신은 당연히 계승돼야 하겠지만, 지금의 여야 관계는 더 꼬이고 과거로 퇴보하는 느낌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요.

지역적으로도 그가 남긴 족적은 많습니다. 경기 북부지역의 개발은 물론 경기도라는 로컬정치의 정서를 뿌리내린 장본인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6선을 하는 동안은 적어도 경기지역의 로컬 정서가 있었지만, 그가 떠난 지금은 수도권에 몰려온 뜨내기 정치인으로 지역 정서 결여와 정체성 부족으로 협치도 인정도 교류도 낭만도 없는 각박한 세상이 됐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의 정신을 계승할 지도자가 나올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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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안장식에서 하관 절차가 엄수되고 있다. 2021.5.11 /사진공동취재단

여야 정관계 인사 추모 행렬… 진정한 통합 정치 실천한 거목 평가
호방하고 걸걸한 성격의 그의 모습을 떠올린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론 단칼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온화하고 따뜻한 화합형 정치인으로 평가했습니다.

초선 의원 시절 경기도에서 같이 정치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빈소를 찾아 초선 의원일 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소개하며 "까탈스러운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신 게 후배로서 기억이 남는다"고 회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에서 통합의 큰 흔적을 남기고 지도력을 발휘한 이 전 총리님을 기리고,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는 추모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통합의 정신을 실천해주신 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여야 간 협치를 잘 해주셨던 진짜 정치인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별명은 단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뵈면 참 온화한 분이었다"며 특히 "후배들한테 참 잘해주셨다"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서청원 전 의원은 "3당 통합 후 이른 아침 회의를 매일 했던 분"이라며 "옛날 대포(큰 술잔으로 마시는 술) 잡수시던 걸 생각하면 10년은 더 사셨어야 하는데…"라고 애도했습니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별안간에 돌아가셨다고 해 마음이 아프다"며 "정치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데 이 전 총리 같은 분의 정치력이 정말 아쉽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습니다.

경복고 후배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고인과 부친인 고 남평우 전 의원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어 더 슬픈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선이 굵은 정치를 추구했던 분, 중도와 실용을 앞서서 실천하신 분"이라고 했습니다.

빈소를 지키며 상주역할을 한 옛 동지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이 전 총리가 국회의원(16대)을 지냈던 시절 보좌진으로 국회에 첫발을 디딘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과 구리에서 3선을 한 전용원 전 의원이 상주 격으로 빈소를 지키는 모습이 옛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고인이 정당 대표로 있을때 가까이서 수행했던 우종철 박정희 대통령기념재단 부회장도 고인의 가는 길에 '집사' 역할을 마다치 않았고 끝까지 빈소를 지켰습니다. 지난 11일 자신의 정치 근거지였던 포천시 선영을 들러 보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지만 경기도 정가에서는 한때 경기도 맹주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