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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다방면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그를 '미국 기업인으로 2021년 4월 포브스 기준 세계 3위의 억만장자'라 소개한다.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com과 로켓 제조 회사 겸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고,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키웠다.

그의 트윗 계정엔 화성과 우주로켓 사진이 실려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왕복우주선 발사에 성공했고, 올 하반기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환경운동에도 뛰어들어 2016년 할리우드 미남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지구촌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 2월 테슬라가 15억달러(1조6천815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8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좀 늦은 것 같다"고 했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를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비트코인 거래가가 급등해 지난달 중순 8천20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도지 코인도 덩달아 점프를 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 12일 트윗을 통해 테슬라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컴퓨터를 대량 가동하면서 전기가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변명한다. 이후 비트코인은 7% 이상 급락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국 시장도 한때 13%나 폭락한 6천76만원에 거래됐다.

머스크의 느닷없는 트윗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들이다. "(머스크)가 방송에 나와 내가 도지 파더(아빠)라더니, 방송 끝나자 도지 코인은 사기라고 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지난달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 1억 달러를 챙기고 난 뒤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구와 우주를 설계한다는 머스크가 비정상 궤도인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실망이다. 초일류기업이 뒷골목 상권을 기웃거리는 꼴이다. 그가 조울증을 겪는다는 건 본인도 인정했다. 세기의 천재 CEO가 코인에 손을 댄 것도 그렇고, 지구촌 시장(市場)이 그의 손장난에 놀아나는 현실이 씁쓸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