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20곳중 13곳 통과 못해
교실확대 필수불구 '분산배치' 제동
학교 신설의 열쇠를 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중투심)가 오는 2025년부터 전국 모든 고교에 도입될 '고교학점제' 운영 방향과 역행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다양한 교과별 교실 확대 운영이 필수인데, 정작 교육부 중투심은 경기지역의 늘어나는 학생을 인근 학교의 남는 교실을 활용해 분산 배치하라면서 학교 신설에 번번이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설 요청한 경기지역 학교 상당수는 정부의 신도시 개발 등으로 학생이 늘어 신설 필요성이 큰데도, 수년째 중투심 문턱을 넘지 못해 경기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교육부 정기 1차 중투심과 행정안전부 공동투자심사(공투) 결과,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신설 요청 20곳 중 13곳(통과율 35%)이 재검토와 부적정, 반려 판정을 받았다. 이 중 10곳은 최소 1번 이상 학교 신설에 도전했던 곳이다.
이들에 대해 교육부는 '설립시기 조정', '인근 학교 분산 배치 가능', '학군 내 학교현황 자료 전면 재검토 후 추진' 등의 부대 의견을 달았다.
문제는 이 같은 중투심 결과가 정작 교육부의 교육정책과는 엇박자를 낸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선택할 다양한 교과에 맞는 교실을 확보해야 하는데, 중투심은 학교 신설 대신 주변 학교의 남는 교실(일반교실, 교과교실 등)로 늘어난 학생을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탄 5고(가칭)'가 대표적이다.
화성 동탄 2택지개발지구는 지역 내 고교 학령인구가 2026학년도 3만3천272명으로 올해 2만6천55명 보다 7천217명(27.7%)의 증가가 예상돼 추가 학교 신설이 필요한데, 중투심은 주변 학교로 학생들을 분산 배치하라는 취지로 '학군 내 학교현황자료 전면 재검토 후 추진'이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고, 재검토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동탄 5고 인근 고교의 교실(일반 교실 기준)은 거의 찼고, 증축·전환 가능 교실도 없는 실정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운일고(가칭)도 상황은 비슷한데, 동탄 5고와 같은 이유로 재검토됐다. 시흥 대야 3초(가칭)는 통학로 개선이 어렵고 특수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신설이 5번 추진됐지만, 교육부에서 재검토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교과목 다양화에 따라 교실도 다양화해야 하는데, 현재도 학교별 남는 교실이 거의 없다"면서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학교설립계획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