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빚던 동거남 복수심으로 범행
法 "또 하나 생명까지 잃은 점 고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집에 방치한 40대 어머니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호성호)는 지난 14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4·여)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8일 인천 미추홀구의 자택에서 침대에 누워 잠이 든 딸 B(8)양의 코와 입을 수건으로 막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주일간 딸의 시신을 집에 방치하다 같은 달 15일 "아이가 죽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 당일 화장실 바닥에 이불 등을 모아놓고 불을 붙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남 C(46)씨와 지내며 B양을 낳게 되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C씨와 지난해 6월부터 딸의 출생신고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갈등이 심해졌다.
이후 C씨가 딸에게만 관심을 두고 자신을 외면하며 경제적 지원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으로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은 부모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8살의 어린 아이였음에도 피고인이 동거남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피해 아동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사건 범행 전후로 피해 아동의 친부인 동거남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가해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까지 잃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동거남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이 숨진 사실에 죄책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건 발생 1주일 뒤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