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군사작전으로 중동정세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선제 공격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의 반격은 압도적이다. 지상군을 투입한데 이어 AP, 알자지라 등 언론이 입주한 가자지구 건물을 공습으로 날려버렸다.
객관적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당랑거철의 형국이다. 개전 초기 전 세계에 타전된 동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하마스는 1천여 발의 로켓을 날렸지만 대부분 이스라엘 상공에서 요격됐고 20여 발만 육상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이나 포탄을 요격하는 미사일 포대다. 아이언 돔을 뚫지 못하고 폭죽처럼 밤하늘에서 폭발하는 하마스의 로켓들을 보며 전 세계가 전율했다. 말 그대로 투명한 '강철 지붕'이다.
아이언 돔을 실전 배치했을 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성비 때문이다. 하마스의 실전용 단거리 로켓, '까삼 로켓'은 그야말로 팔레스타인 국력만큼 싸구려 무기다. 1발 제작 비용이 1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반면 아이언 돔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은 1발당 수천만원이다. 이번처럼 1천여 발의 까삼 로켓을 요격하려면 단 며칠 사이에 엄청난 군사비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반론이 귀에 쏙 들어온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하마스를 비롯한 가상 적국과 테러단체의 공습에서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이언 돔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국민이 누리는 심리적 안정이야말로 돈으로 추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는 주장이다.
우리 군도 한때 아이언 돔 방어체계 도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한 번에 수십 발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 방사포 5천500문은, 하마스의 싸구려 로켓과는 질과 규모에서 차원이 달라서다. 대안으로 한국형 아이언 돔 자체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THAAD)로, 장사정포는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요격하는 방어체계인 셈이다.
그런데 사드는 포대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과 중국의 견제로 찬밥 신세이고,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은 더디다. 북한의 핵미사일, 장거리 로켓포 공격망에 갇히고서도 이렇게 한가할 수 있는가 싶다. 대범하기로 치면 우리 만한 나라와 국민을 찾아보기 힘들듯 싶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