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우뚝 솟은 화폭에 펼쳐진 그림은 양평에서 거주하는 민정기 작가의 '무등산 천제단도'(2020)다. 제사장이 하늘에 고하고 기도를 올리는 자리인 '천제단'과 주변의 풍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 장소를 숭배의 대상이나 종교적 공간이 아니라 한국인의 얼과 창의의 시작점으로서 전통과 현재를 포용하는 '무등산'의 영적 역사를 관통하는 순간으로 해석한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는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의 전시장이다.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된 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감독 데프네 아야스, 나타샤 진발라)이라는 주제로 지난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39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두 차례나 연기됐고, 결국 방역·통제하에 관람객 인원을 제한하고 행사 일정을 축소하면서 치러졌다.
비엔날레는 전염병 사태 속에서도 휴관일(월요일)을 제외하고 8만5천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행된 온라인 전시의 참여자가 16만5천여명임을 더하면 악조건 속에서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90년대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세계화라는 광풍 속에서 1995년 처음 열린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개최됐다. 세계 5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히며 인지도 높은 예술행사로 자리 잡았고, 시대와 예술을 관통하는 담론의 설정이나 화두를 던지며 동시대 예술의 순기능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어려움 속에서 치러진 소문난 잔치에 차려진 밥상은 풍부했고 먹음직스러웠다. 비엔날레 본관을 포함해 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광주 전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40여 개국 69명의 작가가 참여해 450여 작품을 출품했다.
다소 알쏭달쏭한 주제였던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 대한 의문점은 전시장에 들어서자 빠르게 해소됐다. 여타의 비엔날레가 난해하고 해석의 여지가 다양했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지나치게 설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동어반복적인 작품들이 다량으로 등장했다.
동시대 예술에 대한 해박함이 없어도 주제를 따라가면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구조화된 느낌이다.
비엔날레 전체를 관통하는 샤머니즘과 망자에 대한 추모, 해소되기 힘든 갈등 구조에 대한 상이 내내 펼쳐졌다. 타인과 다른 공동체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시선, 만들어진 전통과 그 안에 존재하고 세력화되는 위계와 질서에 대한 강제함으로 이해된다.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공동체 간의 갈등 구조에서 발현되는 폭력과 다툼은 우리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다.
관계를 통해 살아가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살아있는 가운데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어우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제의의 장이자 거대한 '침묵의 무덤'이다.
/조두호(양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전문기자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