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책을 내놔도 말많고 탈많은 부동산
불황·가계부채 개선 안되는 한 '쏠림' 지속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풍자소설 인유

영원히 소유할 땅 아닌데 왜들 집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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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부동산은 뜨거운 사회적 관심사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도 잡고,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들은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집값도 오르고 세금마저 덩달아 뛰니 가뜩 코로나19로 생활도 팍팍하고 어려운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여기에 토지공사(LH) 일부 직원들이 업무상 기밀을 이용하여 투기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땅 같은 안정 자산에 대한 높은 선호와 함께 현재 미국중앙은행기준 0.25%대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부동산시장의 현 상황이 잘 보여주듯 어떠한 정책과 규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가계부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저금리 정책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금융자산과 자산가들의 부동산에 대한 쏠림현상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부의 어떠한 부동산 정책도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뜻이다.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욕망의 허망함과 탐욕이 부른 참상을 그린 풍자소설로 곧잘 인유되는 작품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빠홈이란 인물이다. 해가 뜰 때 시작해서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온 것만큼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갈 수 있고 넓힐 수 있는 최대한으로 걸어 돌아왔으나 체력이 방전된 그는 결국 지쳐 죽고 만다. 빠홈은 결국 2미터 남짓한 땅에 묻히고 만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으나 그가 최종적으로 소유할 수 있던 것은 고작 2미터짜리 크기의 무덤이었다.

톨스토이는 기독교 아나키스트로서 청빈과 금욕적 삶을 추구했으며, 50대 이후에 집필한 그의 '인생론'은 이러한 그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돼 있는 명저다. 문학사상 최고의 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나 '전쟁과 평화'보다 '부활'이나 '인생론'처럼 도덕적 분발과 정신적 각성을 촉구하는 책이 널리 읽히고 권장된 것은 일본의 문학인들이 참회 · 청빈 · 허무주의를 사회적으로 널리 유포하여 군국주의로 치닫는 제국주의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문학적 기획의 일환이었고, 일본이라는 채널을 통해 서구의 문학을 접한 근대 초기 우리도 이러한 기조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런 톨스토이의 소설과 '인생론'을 보고 감동하고 반성할 수는 있겠으나 이를 삶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세율을 높이고 각종 규제 장치를 만들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만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또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담당 공직자들이 이런 현실적 여건을 잘 직시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동시에 국민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정책을 홍보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렇게까지 지지를 얻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다 더 세심한 소통과 설명과 홍보가 필요했다. 또 대략 56만명의 개인과 30만 정도로 알려져 있는 종부세 납부자들과 기관을 너무 질타하지는 말자. 총을 들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만이 애국이 아니다. 세금을 많이 납부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기여가 아니던가.

그건 그렇고 톨스토이 소설의 주인공 빠홈이 잘 보여주듯 부동산도 영원히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죽을 때 지고 가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한데, 왜들 그리 땅에 집착하는가. 살아가는 동안 정말 우리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 것인가?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