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금융은 사치품이 아닌 공공재
위기 사각지대의 국민들 사전구제
저리 대출 받는 일종의 플랫폼 경제
고속도 운영권 통행료 부과와 유사
돈 유통경로 장악 사회적책무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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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신용보증재단 전략이사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2025년부터 우리나라도 기업상장에서 재무적 요소 외에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된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 2000년부터 유럽과 UN 등이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어느덧 금융은 모든 사람에게 단 하루, 반나절이라도 공기와 물처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 공공재가 되었다. 만약 나에게 금융거래가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 실제로 나도 어떤 도전에 실패하고 3개월여간 백수생활을 한 적이 있다. 빚과 이자를 못갚자 독촉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연 15% 내외 고리의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막다가 더 이상 이용이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모든 금융거래를 차단시키겠다는 연락이 계속 왔고 카드 통장 통신사용이 중단된다고 생각하니 공포스러웠다. 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잠시 느껴봤다.

500만~1천만원 정도의 최소 필수 금융은 이제 사람들에게 없어도 되는 사치품이 아니라 수돗물과 전기처럼 모두에게 항상 필요한 공공재이다. 대출이기에 위기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을 사전에 구제할 수 있고 대출이므로 회수된 원리금을 재사용하므로 사회복지예산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인당 50만원, 300만원을 1% 금리로 제공하는 경기도의 극저신용자 대출을 4만1천여명이 신청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농협의 업무위탁협조로 저신용 자영업자 등에게 코로나 극복 1천만원 통장 대출 보증상품을 8천여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2020년 4대 시중은행원들의 평균연봉은 9천800만원이고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0% 성과급은 별도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자 대출이 더 많이 늘어났고 4대 은행들은 작년에도 3조4천7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거기에다 우리 같은 정부(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방정부(신용보증재단) 등 신용보증 기관들의 보증으로 신용도 낮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까지 확대되면서 작년 보증잔액만 119조8천200억원이다. 평균금리 2.75%와 이익률 21.6%를 적용해보면 정부보증으로 7천124억원의 순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적으로 은행들이 보증기관에 자사대출상품 연계보증 영업목적 출연금 등 1조6천600억원을 비용으로 계산하고도 남긴 순수익이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대부업 이용자는 157만명이며 평균금리 17%, 1인당 평균대출액은 955만원이다. 대부업 신용등급분포가 전 국민 등급과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평균 연체율을 12.9%라고 추정할 때 신용등급에 따라 시중은행 9.6~3.08% 금리 상품을 2%를 적용해 1인당 1천만원씩 대출해주면 총 15조7천억원을 대출해주고 2조3천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차손실이나 연체손실 보전을 은행이 감당하면 좋겠지만 은행들이 이런 손실을 전부 부담하기 어렵다면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면 좋겠다.

위와 같은 기본금융이 시행된다면 대부업에서 1천만원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대출이자 17%로 연간 170만원 이자를 내지 않고, 은행에서 2% 20만원 이자만 내게 된다. 금리가 낮아질 경우 연체율도 동시에 낮아져서 손실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서 은행과 정부에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금융과 은행도 일종의 플랫폼 경제이다. 정부의 허가로 돈의 유통 경로를 장악해서 돈을 맡기는 사람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이자나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 운영권을 따내 톨게이트를 설치하고 통행료를 받는 것과 유사하다. 최근 인터넷포털이나 배달앱과도 비슷한 것이다. 은행이 서민들을 위해 기본금융(대출)과 같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수익창출과 연봉인상에만 몰두한다면 더 이상 그들에게 금융을 맡길 필요가 있을까?

/김문수 경기신용보증재단 전략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