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역 가까워질수록 가득
'3대 보내야 탑승' 고촌역 절정
'하남 연결' GTX-D 열망 이유
'탈 수 있는 공간 없어 보이는데…'.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입에서 탄식이 절로 나왔다. 고개를 살짝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지만 정차역마다 승객들이 어김없이 밀고 들어왔다. 앞사람과 최대한 몸이 붙지 않도록 까치발로 서서 겨우 균형을 유지해야 했다.
17일 오전 7시25분께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 장기역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승객들과 함께 열차에 몸을 실었다. 종착역인 김포공항까지 불과 여섯 정거장을 이동하는 동안 김포골드라인이 아닌 '김포골병라인'이라고 외치는 김포시민들의 호소를 절감할 수 있었다.
처음 장기역 플랫폼에 섰을 때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질수록 조그만 2량 열차 내부가 꽉 찼다. 어떻게든 타 보려는 승객과 더는 안쪽으로 못 들어가겠다는 승객 사이에 당연한 듯 완력 싸움이 벌어졌다.
김포공항역 두 정거장 전인 풍무역에서는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이 생겨났다. 객차 내 승객들은 습기와 더위에 휴대용 미니 선풍기를 틀거나 눈을 질끈 감고 도착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어도 이곳에선 진작 의미가 없었다. 3대를 그냥 보내야 탑승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시민들이 '3전 4기역'으로 부른다는 고촌역에 다다르자 혼잡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승객들은 김포공항역에서 출입문이 열리자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플랫폼으로 쏟아져 나왔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이들은 급히 환승 통로로 이동했다. 9호선 플랫폼에 진입하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골드라인에서 이미 진을 뺀 김포시민들의 '2차 출근전쟁'의 시작이었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일상이다.
김포는 한강신도시 등 연이은 도시 개발로 인구가 폭증했지만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다. 김포에서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연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 개설에 대한 열망이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GTX-D노선의 강남 직결이 불발될 처지가 되자 열망은 원성과 분노로 바뀌었다.
골드라인과 9호선을 이용해 여의도로 출퇴근한다는 이모(38·장기동)씨는 "열차 안도 문제지만 퇴근 시간에 김포공항역 환승통로의 혼잡이 정말 심하다"며 "불편함보다도 이 좁은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매일매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밀려 오는 승객과 함께 곳곳 원성… 이낙연 “더이상 외면해선 안돼”)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