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교통시민연대 챌린지 제안 성사
'최악 혼잡 체험' 풍무역서 다시 타
거물급 정치인 등장에 불만 쏟아내
"'김부선' 시민 바라는 상황과 달라"
"GTX 부천까지만 간다니… 힘들다"
"오늘은 비 와서 사람 없는 거예요. 매일 아침이 지옥입니다."
거물급 정치인의 등장에 객차 곳곳에서 정부에 대한 원성이 돌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의 챌린지 제안을 받아 17일 출근시간대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에 오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거나 이따금 눈을 감으며 이를 경청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골드라인 장기역에서 김포공항행 열차에 올랐다. 같은 당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오영환(의정부갑) 의원과 정하영 김포시장,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이 동행했다. 장기역사 출입구마다 'GTX-D 노선 원안 사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고 네 정거장 뒤인 풍무역부터 플랫폼에 승객이 들어찼다. 이 전 대표는 객차 내에서 영상으로 생중계하던 시민연대 관계자의 제안을 받고 풍무역에서 한 차례 하차했다.
이곳에서 그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포 골드라인 타고 있다. 개선 여지가 있는 거죠?"라며 "중간에 내렸다. 시간이 가면 조금 더 혼잡해 지고 최악의 혼잡까지 체험해 보려 한다"고 알렸다.
풍무역에서 재탑승한 이 전 대표는 김포공항역 직전 고촌역에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승객이 밀려 들어오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열차가 운행하는 동안 이 전 대표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도는 김포·부천지역 등 수도권 서부 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 김포에서 강남을 거쳐 하남으로 이어지는 GTX-D노선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지난달 22일 공개된 철도망 계획 초안에는 김포~부천만 반영되는데 그쳤다. 이에 김포시민들은 촛불집회 등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강력 규탄하고 있다.
객차 안에서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은 "'김부선(김포~부천)'이 시민들이 바라는 상황과 많이 다르게 발표됐다"며 "김포시민들이 정말 바라는, 시민을 위하고 시민이 발전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이 전 대표에게 호소했다.
김포에서만 20년을 살았다는 중년 여성도 "GTX-D 원안을 지켜 달라. 국민 밑에 국민 없고 국민 위에 국민 없다"고 외쳤다. 멀리서 "워라밸이 없다", "전쟁이에요, 전쟁"이라는 성토도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김포공항역에서 9호선 급행으로 환승해 여의도로 이동했다. 서울 중심부로 출근하는 김포시민들의 동선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9호선 승객들도 이 전 대표의 손을 잡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포시민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정말 매일 아침이 지옥 같다. 비가 오니 사람들이 일찍들 출근해 그나마 한산한 것"이라며 "갑자기 GTX가 부천까지만 간다 하니 희망이 사라져 너무 힘들다"고 이 전 대표에게 하소연했다.
챌린지 종료 후 이 전 대표는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교통복지 이전에 교통정의에 관한 문제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우성·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