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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고잔갯벌에서 검은머리갈매기 세 마리가 이동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시가 멸종위기 철새가 먹이 활동을 하는 '고잔갯벌' 가까이에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조성하고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18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군사용 철책이 철거된 소래해오름공원부터 남동국가산업단지까지 1.1㎞ 구간에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녹지공간, 해안전망대 등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군사용 철책이 사라졌으나 여전히 보행이나 자전거 운행이 어려운 이 일대를 시민들의 해양 친수 여가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보행로 등이 들어서는 지역은 철새들이 먹이터로 활동하는 고잔갯벌과 바로 접해 있어 환경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잔갯벌은 인천을 찾는 대표적인 멸종위기 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뿐 아니라 알락꼬리마도요(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등이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관심대상으로 지정한 혹부리오리 등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러한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고잔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철새는 11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단체에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철새들이 활동하는 지역 인근에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등이 만들어지면 철새들이 이곳을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행인이 늘어나 쓰레기 등으로 갯벌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인천시는 도요물떼새들이 고잔갯벌에 머무는 지난달부터 펜스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가 환경단체의 민원을 받아 고잔갯벌 구간의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인천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해양 친수 공간을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도에 얼마 남지 않은 철새들의 먹이터를 보전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도요물떼새들의 서식 기간을 고려해 펜스 철거 공사는 잠시 멈춘 상황"이라며 "바다를 찾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선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만큼 환경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