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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해마다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국가별 행복지수를 채점한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는 2020년 한국의 행복도 순위를 전체 95개국 중 50위로 매겼다. 10점 만점에 5.793점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행복지수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일 공개한 3년 평균 점수는 더욱 가관이다. 2018~2020년 평균 국가행복지수 5.85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비교했더니 35위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니 말이다. 대한민국 밑에는 그리스와 터키 뿐이다. KDI는 OECD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연간 1천967시간), 가장 높은 미세먼지 농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SDSN의 행복지수 측정 항목을 보면 KDI의 분석은 지엽적이다. SDSN는 갤럽 여론조사를 통해 국가별로 1천명에게 소득 수준,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복지),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적 관용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다. 즉 한 국가의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 정치, 사회적 조건을 살펴보는 셈이다.

나열한 행복의 조건은 나라 마다 다르고, 국민 마다 체감 정도가 엇갈린다. 행복 조건에 대한 문화적 태도도 상이하다. 초강대국 미국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18위이고, 슬로바키아·칠레의 행복지수가 우리 보다 앞서는 이유다.

국민소득이나 기대수명에서 대한민국은 꿇릴 게 없는 나라다. 복지도 사각지대 해소엔 못미치지만 예산 비중은 해마다 치솟고 있다. 반면 부정부패나 사회적 관용 분야에서는 자신할 수 없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을 누리고,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판을 벌인다. 정치권에 만연한 내로남불 의식구조로 사회적 관용은 고갈됐다. 계층 사다리를 잃은 청년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젠더 갈등은 미래를 잉태할 수 없는 불임 사회의 막장을 보여준다.

행복은 계량화 할 수 없는 가치이다. 경제적 조건이 취약해도 정서적 조건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상태이다. 대한민국의 형편없는 행복지수는 아무래도 정서적 결핍 탓이 크지 싶다.

/조성면(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