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갯벌서 바지락·굴 채취
6개 어촌계가 맨손어업권 가져
어린 종패 피해도 '어장 황폐화'
수익 '반토막'… 야간 보초 세워
처벌규정은 없어 외지인과 갈등
"관광객들은 레저활동으로 해산물을 조금 잡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 어민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인천 옹진군 영흥도 내리 어촌계 문준홍 계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맨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이른바 '해루질'이 인기를 끌면서 영흥도 갯벌에서 바지락 등 해산물을 잡는 관광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도심과 멀지 않은 영흥도로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밤낮으로 해루질을 해대는 탓에 피해를 호소하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영흥도 주변 1천㏊의 갯벌은 이 섬에 거주하는 6개 어촌계가 맨손 어업권을 갖고 있다. 영흥도 어민들은 갯벌에서 여름에는 바지락, 겨울에는 굴을 채취하면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관광객이 영흥도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기 시작하면서 어민들은 수익이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여러 명이 무리를 이뤄 영흥도 갯벌에서 밤 시간대에 탐조등을 이용해 해산물을 잡는 외지인들도 있다.
영흥도 어민들은 어촌계나 옹진군청에서 양식과 수산자원을 늘리기 위해 뿌린 어린 종패들까지도 관광객들이 무차별적으로 주워가는 탓에 어장이 황폐화하는 등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갯벌에서 몰래 해산물을 채취한 뒤 이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민들은 귀띔했다.
관련법에서는 어민들의 어업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금지된 어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판매 목적으로 해루질을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어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이나 공무원들도 다툼을 중재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에선 야간 해루질을 금지하는 규정을 자체적으로 만들었으나, 과도한 규제라는 해루질 동호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문준홍 영흥도 내리 어촌계장은 "우리 어장을 지키기 위해 80세가 넘은 마을 어르신들까지 나서서 야간에도 보초를 서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막무가내로 들어와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며 "어민들의 생계에 심각한 피해가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당 지자체인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이 관광객들의 해루질로 인해 겪는 피해는 잘 알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지역의 지자체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