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리, 다리만 검은색인 하얀 새 두 마리가 물이 괴어 있는 논(무논) 안으로 부리를 넣고 좌우로 맹렬히 흔들고 있었다. 이따금 고개를 들었다가 저벅저벅 자리를 옮긴 뒤 자맥질을 반복했다. 망원경 렌즈를 통해 고스란히 포착된 멸종위기종 1급 저어새의 먹이활동 모습이었다.
지난 20일 경기도 습지 중에선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고양시 장항습지를 21일 오후 2시께 찾았다.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만 인정한다는 람사르협약의 취지 그대로 장항습지는 '생물들의 보고'였다.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장항습지를 터전으로 하는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 분홍색 다리를 가진 장다리 물떼새 수 마리가 무논에 모여 날갯짓을 하는가 하면 버드나무 군락지 아래 구멍 속에서 다리에 털이 송송 박힌 말똥게가 휴식을 취하고 있기도 했다.
특히 말똥게와 버드나무의 공생은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장항습지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이다. 말똥게가 버드나무 잎을 먹고 배출한 분비물은 비료가 된다. 또 뿌리 근처까지 구멍을 파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뿌리의 호흡도 돕는다. 버드나무는 천적인 새들로부터 말똥게를 보호한다.
장항습지는 지난 2006년 4월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매년 수만 마리의 물새가 서식할 수 있는 독특한 생태계가 보전된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니다. 장항습지는 그 이전부터도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DMZ(비무장지대)의 일원인 민간인통제구역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군인들의 동행 없이 출입이 가능해진 건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8년 8월부터다.
장항습지는 지난 2006년 4월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매년 수만 마리의 물새가 서식할 수 있는 독특한 생태계가 보전된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니다. 장항습지는 그 이전부터도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DMZ(비무장지대)의 일원인 민간인통제구역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군인들의 동행 없이 출입이 가능해진 건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8년 8월부터다.
장항습지의 위치도 특별함을 더한다. 장항습지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한강하구 기수역 상부에 있다.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물새들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논농사가 가능했고 조수 간만의 차가 있는 서해의 영향으로 갯벌도 형성될 수 있었다. 초지, 숲, 갯벌 등 동식물이 살 수 있는 다양한 자연환경이 조성돼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항습지를 보호해온 사람들의 역할도 컸다. 고양시는 장항습지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습지를 관리해온 것은 물론 수차례 걸쳐 람사르 습지 등록을 요청해왔다. 무논 조성 등 보존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소속 장항습지 내 유일한 자연환경해설사인 최윤주 해설사는 "깃대종인 재두루미는 지난해 하루 최대 117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재두루미는 전 세계 6천여 마리에 달하는 멸종위기종 2급인 겨울 철새"라며 "습지의 역할은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기후 조정도 하고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주고받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라며 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항습지를 보호해온 사람들의 역할도 컸다. 고양시는 장항습지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습지를 관리해온 것은 물론 수차례 걸쳐 람사르 습지 등록을 요청해왔다. 무논 조성 등 보존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소속 장항습지 내 유일한 자연환경해설사인 최윤주 해설사는 "깃대종인 재두루미는 지난해 하루 최대 117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재두루미는 전 세계 6천여 마리에 달하는 멸종위기종 2급인 겨울 철새"라며 "습지의 역할은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기후 조정도 하고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주고받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라며 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환기·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