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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과 접한 광명시민들은 서울로 출퇴근하기 위해 가리봉역(현 가산디지털단지역)이나 시흥역(금천구청역)으로 가야 했다. 기존의 철산주공아파트에 더해 1980년대 후반부터 하안동에 본격적으로 대규모 주공아파트단지가 개발됐는데, 이곳 주민들은 수원에서 올라오는 1호선을 타지 않으면 서울 도심을 오가기가 힘들었다. 출근시간대 1인당 일정 요금을 받고 전철역까지 실어나르는 합승택시도 성황이었다.

정부의 공동주택 공급으로 인구가 증가한 광명시 하안동·철산동 지역은 안양천을 경계로 서울과 단절된 구조 탓에 전형적인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의 개발압력은 가리봉공단이라는 칙칙한 완충지대에 막혀 광명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은 국가의 주택정책이라는 게 으레 그런 건 줄 알았다. 천수답을 경작하는 농민의 심경처럼, 광역교통망은 높은 곳에서 점지해줘야만 하는 줄 알았다.

광명은 1998년 가리봉역과 시흥역 사이에 독산역이 생겨나며 천지개벽을 시작한다. 독산역 건립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중교통망과 도로망이 뒤따라 확충돼 서울과의 인적 교류에 물꼬가 터지고, 가리봉공단은 첨단디지털산업 기지로 빠르게 변모해 갔다. 그리고 2000년 들어 7호선 철산역과 광명사거리역이 개통하면서 도시 발전을 위한 숨통이 완전히 트였다.

김포시민들이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의 서울 강남 직결을 요구하며 한 달째 강경 대응 중이다. 서울과 접한 김포는 과거의 광명과 유사한 점이 많다. 서울을 연결하는 도로망은 상습 정체로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광역철도망이 없어 한강 지류를 경계로 서울과 단절돼 있다.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 김포공항 등 각종 규제에 묶인 고촌읍은 서울의 개발압력을 튕겨내고 있다.

광명은 철도 인프라를 토대로 일찌감치 도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김포 인구는 광명보다 18만6천여명이 많다. 제대로 된 급행철도를 깔아 달라는 김포시민들의 절규는 그래서 정당하게 들린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