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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의 좌완 선발 투수 오원석이 LG 트윈스를 상대로 호투하고 있다. 2021.5.24 /연합뉴스

당일 선발 역할 따라 승패 좌우
한계 100개 투구 '공식' 자리잡아
오원석 구속 낮아도 타자들 압도
일부 선수 직구-변화구 차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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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 VS 제구력'.

최고의 투수가 되기 위해선 강속구가 필요할까, 아니면 제구력이 우선돼야 할까.

흔히 '야구는 투수들의 놀음'이라는 표현을 한다. 투수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강력한 투수를 갖춘 구단은 승리 확률도 높다. 경기 당일 선발 투수들의 역할에 따라 구단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아마추어 야구에선 선발투수와 구원투수, 마무리투수 등이 분업화되지 않고 투수들이 내야수 또는 외야수를 겸한다. 오로지 승리를 위한 방안인데, 최근에는 아마추어 야구에도 분업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 전에는 분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리그 막판이나 한국시리즈의 경우 자주 선발 등판하는 투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투수가 고(故) 최동원이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0이닝 4선발 등판해 4차례 완투를 거둘 정도로 '무쇠팔'이라는 별명을 지녔다.

그러나 미국프로야구의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프로야구도 투수 분업화가 이뤄졌고 5~6선발 체제와 중간계투진에 이어 마무리투수까지 완벽한 체계를 갖췄다. 선발 투수도 최고의 한계점이 100개의 투구라는 점에서 '100'의 공식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투수들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강속구 투수가 좋을 수도 있지만, 제구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더 많다.

제구력은 투수 스스로 던지는 공의 빠르기나 방향 따위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힘을 뜻하는 데, 시속 150㎞ 이상의 속구를 던지더라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타자들에게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공을 곳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춰야 비로소 좋은 투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공이 느려도 제구력으로 버티는 대표적인 투수로 유희관(두산 베어스)을 꼽는다. 최고 구속이 130~140㎞ 초반이지만 특유의 체인지업과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지난 23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사상 첫 선발을 거둔 인천 SSG 랜더스의 좌완 선발 투수 오원석도 뛰어난 제구력을 보여줬다. 오원석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드,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을 상대로 6이닝 동안 5피안타 무실점, 6탈삼진을 거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였고 평균 구속은 139㎞였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왼손잡이 투수로 상대의 무릎 안쪽을 파고드는 정확한 제구는 일품이었다.

제구력이 강한 투수는 타자에게 140㎞의 공을 던지더라도 실제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150㎞의 빠른 공과 같다. 심지어 일부 투수들은 직구와 변화구의 속도 차이를 50㎞까지 벌려 타자들의 체감 속도를 더 끌어올리기도 한다. 야구는 결국 투수들의 싸움이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