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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나 공원을 걷다 덩치 큰 맹견을 만나면 긴장하게 된다.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다면 극한의 공포체험일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아닌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일 수 있다. '우리 개는 순해서 물지 않아요'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올 초 가평군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던 20대가 맹견에 피습됐다.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 견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공격했다. 견주가 자신의 개를 제압하지 못했고,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맹견사고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SNS에 올렸고, 많은 시민이 공분했다.

지난 22일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대형 견에 물려 숨졌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목 뒷덜미에서 많은 피가 나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대원들은 인근에서 피해자를 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견을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경찰은 근처 CCTV에서 대형 견이 달려드는 모습을 확인했다.

포획된 개는 몸길이 150㎝, 무게 30㎏ 크기다. 골든리트리버로 알려졌으나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사고 지점 인근 개 사육장 주인을 조사했으나 자신의 개가 아니라는 진술을 받았다. 유기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목줄을 착용했던 흔적이 남아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견주(犬主)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신원을 확보하더라도 형사 처벌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풍산개 잡종은 입마개 의무 착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견종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뿐이다.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동물훈련사는 몸집 크고 사나운 맹견이라도 끝내 굴종시킨다. 어떤 독종은 순화 과정을 밟는데 수개월이 소요된다. 반려견을 무한사랑으로 돌보는 강 훈련사지만 사람을 해치는 개를 대하는 태도는 단호하다. 사람을 물어 숨지게 했다면 안락사가 마땅하다고 한다. 견주도 죄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목줄 없는 반려견이나 입마개를 씌우지 않은 맹견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산책을 한다. 맹견에 물려 뜯기는 참사가 되풀이되는데, 그때만 호들갑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