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 방재·고압 전선 보호 목적
옹진·강화 제외 9700여株 대부분
과도한 가지치기로 '기둥만 앙상'
국제기준은 '4분의 1이내로 권고'
그 이상땐 스트레스 나무 생육 저해
시민에게 쾌적한 녹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도심바람길 숲' 등을 조성 중인 인천시가 정작 가장 기본적인 녹지인 가로수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앙상하게 기둥만 남은 이른바 '닭발 가로수'가 올해에도 인천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
25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연수구 청능대로 양옆에 심어진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는 가로수 윗부분이 뭉텅이로 잘려나간 모습이었다. 나무들은 잎사귀와 가지가 사라진 채 하얀색 나무 기둥만 서 있었다. 가로수와 불과 2~3m 떨어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들은 푸른 잎을 뽐내며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 관계자는 "지난해 양버즘나무에서 생긴 병충해로 인한 민원이 많았는데, 가로수가 너무 큰 탓에 약재 살포가 어려워 방재를 위해 상단부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를 관통하는 남동대로 가로수의 사정도 청능대로와 마찬가지였다. 가지와 잎사귀 없이 나무 기둥만 곧게 솟은 모습이 볼품없었다. 해당 도로에 고압선이 지나가다 보니 전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가지치기를 했다는 게 남동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과도한 가지치기는 연수구와 남동구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8개 구는 9천700여그루의 가로수를 가지치기했다. 이 중 대부분이 과도한 가지치기를 했을 것으로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일선 자치단체에서도 과도한 가지치기는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상가 간판을 가린다거나 건물 일조권을 침해하고, 병해충이 많이 발생한다는 민원 때문에 일부는 '닭발' 형태로 자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국제기준에 어긋난다. 국제수목관리학회와 미국국가표준협회는 나뭇가지의 4분의1 이내로 가지를 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 이상을 자르면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다.
도심바람길 숲 등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시 정책을 고려하면 가로수 생육을 고려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는 그늘을 제공하는 데다 탄소를 흡수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를 준다"며 "인천시는 새로운 녹지 공간뿐 아니라 기존 가로수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과도한 가지치기가 벌어지지 않도록 각 기초자치단체와 협의를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