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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강타하는 '이준석 신드롬'이 예사롭지 않다.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장을 낼 때만 해도 찻잔 속 미풍이었다. 마키아벨리 말 그대로 여론은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다. 마치 이준석의 도전을 고대한 듯이 압도적인 지지가 순식간에 모였다. 다급해진 원로·중진·다선 정치인들이 여야를 초월해 한목소리로 이준석 격하에 나섰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이준석을 애 취급하다 본전도 못찾았다. 5선의 주호영은 에베레스트 등반대장론으로, 거물급 나경원은 화물트럭론으로 이준석을 저격했다. 대선을 치를 차기 당 대표의 경륜과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준석은 주 의원에겐 '팔공산', 나 전 의원에겐 '전기차'로 답했다. 대구 5선의 기득권과 문어체 낡은 사고를 단어 하나로 제압했다.

불똥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튀었다. 이준석이 뜨자 당 자체가 하루아침에 폭삭 늙어버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의 잔인한 심판을 겪은 터라 충격은 심각하다. 보수야당의 세대교체 바람이 진보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이다. 이해찬으로 병풍을 친 이재명의 독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장유유서'를 앞세웠다가 '꼰대'라는 역풍을 맞았고,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나쁠 것 하나 없다"고 짐짓 허세를 부린다. 우왕좌왕이다.

이준석 신드롬은 오랜 세월 낡은 정치의 혁신을 갈구했던 민심을 보여준다. '30대 0선 이준석'이 여야 원로, 중진, 다선들의 반발을 동력으로 돌풍이 되고 핵폭풍으로 커지는 이유다.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을 혐오한다. 공정과 정의에 바탕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소위 꼰대들은 이를 반박하자니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꼰대들의 만담에 이준석의 답변은 촌철살인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화법 자체가 다르다.

마키아벨리는 "전도가 양양한 사람들은 시대의 성격을 민감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준석은 민심의 비밀금고에 갇혀 있던 시대정신을 꺼내 들었다. 여당의 신세대 정치인들도 자극받았다. "여야를 떠나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는 민주당 전용기 의원의 응원엔 진심이 담겼다. 이준석이 올린 세대교체 화살이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지금 같은 정치만 아니면 된다. 국민들이 모처럼 정치에 설레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