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4년 부활한 근대 올림픽은 세계대전과 좌·우 이념 갈등에 따라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1916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키로 한 6회 대회는 1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됐다. 1940년(일본 도쿄)과 1944년(독일 베를린) 대회 역시 2차 세계대전의 풍랑에 휩쓸렸다. 1980년 소련 모스크바 올림픽은 미국 등 민주 진영 국가들의 불참으로 반쪽이 됐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빌미가 됐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은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다. '검은 9월단'인 8명의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선수촌을 습격해 이스라엘 선수 2명을 살해하고 선수 9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에 감금된 팔레스타인 죄수 200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 구출작전 과정에서 인질 전원과 테러범 5명, 서독 경찰 1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의 추모제가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행해졌고, 경기는 하루씩 연기됐으나 끝까지 강행됐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 창궐로 인한 첫 사고 사례다. 오는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나 여전히 찬·반 논란이 거세다. 유럽과 북미대륙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늘면서 찬성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정작 일본 내에서는 국민 80%가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전히 낮은 접종률과 감염자 수 증가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미국이 일본 여행을 금지하면서 불참 전망이 나왔다. 미국은 이를 부인했으나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IOC 위원이 "일본 총리가 대회 취소를 요구해도 대회 개최를 강행하겠다"고 한 것도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IOC는 올림픽대회 참가선수를 33개 종목, 1만500명 안팎으로 제한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최정예 선수들은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걸고 피땀으로 연마한 기량을 발휘한다. 4년마다 개최되기에 기회는 이번뿐이라는 절박함으로 선수들은 청춘의 열정을 온전히 쏟아낸다.
올림픽이란 무대를 통해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때론 스러져간다. 스포츠를 통해 울고 웃으며 지구촌이 하나가 된다. 대회 때마다 치열한 경쟁이 한순간 우정과 화합으로 승화하는 경이로운 현상이 재현한다. 도쿄 올림픽은 정상 개최돼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