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큰 대형 선박은 많은 화물이나 여객을 운송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먼 거리를 오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대형 선박들은 오늘도 5대양 6대주를 오가며 화물과 여객을 나릅니다. 하지만 항만에 들어서게 되면 조심해야 합니다. 넓은 바다에선 거칠 것이 없지만, 항만에선 자칫 잘못하면 부두 시설 등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여야 부두에 배를 댈 수 있는데, 아무래도 큰 몸집이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죠. 바로 '예선'(曳船)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친절한 인천 알림이가 되고 싶은 '경인이'입니다. /그래픽 박성현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친절한 인천 알림이가 되고 싶은 '경인이'입니다. 세 번째로 들려드릴 인천항이야기의 주제는 예선입니다.
부둣가를 지날 일이 있으시면 검은색 대형 타이어를 선체에 빼곡히 두른, 조금은 투박하게 생긴 배를 만나실 수 있을 텐데 예선이 이런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선은 30만t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도 밀고 당길 수 있는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배가 부두에 최대한 가까이 붙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배가 부두를 안전하게 벗어나는 데에도 예선의 역할은 큽니다. 그리 크지 않은 몸집에 비해 힘이 센 예선은 세밀하고도 정교하게 움직입니다. 그럼 예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대형 선박 접·이안 돕는 '예선'
예선은 선박의 접안과 이안을 돕습니다. 컨테이너선, 크루즈, 카페리 등 몸집이 큰 선박일수록 예선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죠. 예선은 접안이나 이안을 준비하는 선박과 밧줄로 연결한 뒤 끌거나 밀어 해당 선박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킵니다. 선박 규모에 따라 많게는 5척의 예선이 달라붙기도 한답니다.
인천 내항으로 입항하는 선박의 경우 인천대교(송도~영종)에서 갑문까지 들어가는 과정, 또 갑문으로 들어간 뒤 부두에 접안하는 과정에 예선이 필요합니다. 선박이 부두를 벗어날 때도 예선의 역할이 큽니다.
대형 선박의 인천항 갑문 진입을 위해 작업 중인 예선. /경인일보 DB
갑문은 34m 너비의 긴 직사각형 수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박의 너비는 32m로 제한됩니다.
갑문에 진입하기 전 선박의 위치를 정확하게 맞춰야 충돌 없이 갑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선박의 인천항 갑문 진입을 위해 작업 중인 예선. /경인일보 DB
예선이 활약할 시간입니다. 갑문을 통과해야 할 대형 선박에 붙은 3~4척의 예선은 무전으로 들리는 도선사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예선들의 움직임에 따라 선박은 조금씩 위치를 옮겨 마침내 안전하게 갑문을 통과할 수 있는 곳에 놓이게 됩니다. 갑문을 무사히 통과한 뒤에도 대형 선박은 예선의 도움을 받아야 부두에 접안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항만 운영에 있어 예선은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예선 기관실 모습. /경인일보 DB
민첩한 움직임엔 엔진과 특별 추진장치
1만t급 선박과 비슷한 수준의 엔진 힘
360도 회전 능력도
예선이 대형 선박을 밀고 당기면서, 정교하고 세밀하게 위치를 옮길 수 있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엔진이죠. 예선엔 보통 2개의 엔진이 실리는데 총 5천마력의 큰 힘을 냅니다. 일반적으로 1만t급 선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300t 크기에 불과한 덩치에 비해 큰 힘을 내는 엔진을 가진 것이죠. 이는 예선이 갖는 '괴력'(?)의 밑바탕이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특수한 추진장치입니다. 일반적인 배는 엔진에서 나오는 동력을 일직선으로 프로펠러에 전달해 배를 움직입니다. 방향을 바꿀 땐 프로펠러 뒤에 설치된 방향타를 조정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예선은 조금 다릅니다. 배 밑에 있는 프로펠러 추진장치가 전후좌우 방향을 바꾸면서 배를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무한궤도를 갖춘 전차가 한 자리에서 360도를 회전할 수 있는 것처럼, 예선도 한자리 360도 회전이 가능합니다. 일반 선박과 조종하는 법도 달라 3개월 정도의 트레이닝을 거쳐야 한다고 하네요.
국내 최초 민간 예선인 (주)흥해의 '은성호'./경인일보 DB
갑문 준공 이후 본격 활용
인천에서 예선이 본격적으로 활용된 건 1974년 갑문이 준공되면서부터라고 전해집니다.
초기엔 국가가 예선을 운영했는데, 1975년 항만법 개정으로 민간에서도 예선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예선은 인천에서 나왔습니다.
항만법이 개정된 1975년 설립된 (주)흥해가 주인공입니다. 흥해는 우리나라 최초 민간 예선 '은성호'를 건조해 인천에서 운영했습니다.
항만의 팔방미인 '예선'
'소화설비' 의무 설치해
화재 진압용으로 쓰이기도
예선의 역할은 선박의 접안과 이안을 돕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천 앞바다에서 폭넓게 활용됐는데요,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등 육지와 섬을 잇는 연륙교 건설사업과 항로 준설 등 해양 공사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해상에선 건설 자재와 장비를 동력이 없는 바지선에 두고 공사를 진행하는데, 바지선을 움직이거나 한곳에 고정할 때 예선이 활용됩니다.
예선은 의무적으로 소화설비를 갖추고 있다. 다른 배나 항만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관 역할을 하게 된다. /경인일보 DB
예선엔 의무적으로 소화 설비가 갖추져 있어 다른 배에 불이 났을 때 화재 진압용으로 쓰이기도 한답니다.
인천항은 원유와 LNG 등을 운송하는 선박이 많이 드나들고, 자칫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선은 사고 예방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정도면 인천항의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조 중인 LNG 예선. /경인일보 DB
최근엔 환경을 위해 LNG를 연료로 하는 예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인천항에선 140여 명의 종사자가 36척의 예선을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지속될 예선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이글은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2019년 펴낸 책 '인천항 이야기' 내용을 발췌·요약·재구성한 겁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