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는 1인 가구 연예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웹툰작가 기안84의 괴식(?)에 탄식하고, 운동중독 가수 김종국의 자린고비 일상에 혀를 내두른다. 쌈디의 유별난 조카 사랑이 그럴듯하고, 돌싱 배우 임원희의 고독은 짠하며, 아파트 구매 찬스를 놓친 중견배우 김광규의 전세살이엔 격하게 공감한다. 싱글 라이프 연예인들의 천태만상은 대중의 훔쳐보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나 홀로 1인 가구가 즐비하다. 여성가족부가 28일 공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30.4%, 2인 이하 가구는 62.1%나 된다. 특히 1인 가구는 2010년 15.8%에서 배나 늘었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가구는 2010년 48.4%에서 2020년 31.7%로 감소했단다. 우리나라 표준가구였던 핵가족이 1인, 2인 가구로 핵분열한 셈이고, '나혼산'과 '미우새'식 싱글 라이프 관찰 예능이 장수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셀럽들의 나 홀로 살기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1인 가구의 혼자 사는 이유들이 하나같이 절박하다. 학업이나 직장·취업을 위해(24.4%), 배우자가 사망해(23.4%) 혼자 산다니 그렇다. 청년들은 무한경쟁의 한 가운데서, 고령층은 자연적·사회적 가족해체로 인해 나 홀로 격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1인 가구가 폭증하는 현상은 사회, 경제, 문화분야에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청년층 1인 가구는 비혼으로 이어져 인구감소를 부채질하고, 고령층 1인 가구는 고독사의 일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 가족으로 연대하지 못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정치적 대립도 세분화되고 있다. 20대의 성별 대립과 세대별 대립으로 폭발한 이준석 신드롬은 반짝 현상이 아니다.
이모, 고모, 삼촌이 없는 신세대 1인 가구와 손자 손녀 없는 구세대 1인 가구의 폭증으로, 사회적 연대의 기초였던 가족의 의미를 재규정할 때가 됐다. 비혼 동거 존중과 비혼 출산 지원은 사회 유지 차원에서 불가피해졌다. 분리된 1인 가구를 결속시켜 줄 사회적 연대를 위한 의식의 전환이 절실해졌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