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물음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코인'이 추가됐다. 가상화폐라고도 하지만 지인들끼리는 그냥 '코인'이라고 부른다. "누구는 주식(코인)으로 몇억원을 벌었다더라"는 지인 성공담은 빠지지 않는다. 본인이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물론 손해를 봤다는 이도 많다.
돈을 버는 방법이 다양한 시대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이나 가상화폐다. 두 가지 모두 불로소득에 가깝고, 위험이 큰 만큼 수익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또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수익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엘론 머스크의 트윗 등은 내 노력과 상관없이 이뤄진다.
또 하나의 주요 대화 주제는 '부동산'이다. 한두 달 사이에 아파트 가격 수억원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수년, 수십 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었다는 이야기는 노동 의욕을 갉아먹는다. '주식 수익이 내 월급보다 많은데', '부동산만 잘하면 몇 년 치 연봉을 벌 수 있는데' 등의 생각이 직장인 머리를 잠식한다. 일을 잘해서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얻는 수익이 더 크고 쉽다고 느낀다. 자연스레 자신의 PC 업무 화면보다 스마트폰 속 거래창과 부동산 뉴스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이런 이가 부지기수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열렸다. 이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다. 불과 3~4년 전과는 다른 반응이다. 비트코인을 두고 '폭락', '반등' 등의 뉴스는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일 테다. 부동산·주식과 달리 임금노동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한다.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세금을 물린다고 한다. 그런다고 임금노동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지금 이 사회가 정상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