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이 2016년 11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신인 마크롱은 성장 과정과 정치 철학을 담은 책 '혁명(Revolution)'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기존 정치에 맞서 민주혁명을 일으키겠다. 이것은 프랑스를 위한 우리들의 투쟁"이라며 제3의 길을 제시했다.
그는 중도성향 정당인 '앙마르슈(En Marche, 전진)'를 창당했다. 사회당과 공화당 거대 양당의 견고한 정치구도를 극복하고 비주류 정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이 출범된 이래 60년 만에 최초로 비주류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만 38세 때이다.
유럽과 북미 등 정치선진국에선 30대 대통령과 수상(首相)이 이상하지 않다. 20대에 정치에 입문해 경력을 쌓고 30대에 두각을 나타내는 게 일반화됐다. 대통령 출마도 젊은 세대의 참여 기회를 폭넓게 허용한다. 프랑스는 만 18세 이상이면 대통령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미국과 오스트리아는 35세 이상이다.
대한민국은 만 40세가 돼야 출마자격을 얻는다. 국회의원 피선거권은 25세 이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인 1960년대 개정된 헌법에 규정한 조항으로, 이유는 분명치 않다고 한다. 마크롱이 한국 태생이라면 내년 3월에야 첫 출마가 가능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내년 대선에 나설 수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촉발한 세대교체 바람이 정계를 흔들고 있다. 정의당 2030 정치인들은 대통령 피선거권을 40세 이상에만 부여한 현행 규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차별이자 불공정이라는 거다. 29세 류호정 의원은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발의한 개정안은 40세 조항을 삭제했다. 25세부터 대통령 피선거권을 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헌법을 바꾸려면 재적 국회의원 3분의2 이상 동의해야 한다. 평균 나이 55세인 21대 국회가 호응할지 미지수라고 한다. '정치는 대세를 따를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준석 현상'이 정치사(政治史)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해진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