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축 공사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경기도 내 신도시 학교들이 개교 이후에도 수시로 건물을 증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도시 내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추가 개발사업이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개발 초기의 학생 수요만 두고 학교를 신설하면서 추가 개발에 따른 학교신설을 요청해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결국, 도내 신도시마다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을 훌쩍 넘는 '과밀학급'이 넘쳐나고 학년당 10개 이상 학급이 들어서는 '과대 학교'도 속속 나오고 있어 학생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수원 매원초등학교는 지난 2019년 늘어나는 학생을 배치하기 위해 증축을 추진, 지난해 2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일반 교실 11학급과 체육실 1실 총 12학급 증축으로, 올해 기준 55학급에 학생 수 1천402명이다. 증축을 추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31학급에 학생 수 789명이었지만, 4년 만에 학생 수는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최근 매원초 인근에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1천805가구) 입주가 예정되면서 매원초 증축이 다시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매원초 학부모들은 증축 공사가 끝난 지 이제 1년이 지났는데, 다시 또 증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차례 증축 당시에도 학생들은 공사 차량과 섞여 등·학교를 한 데다 비산먼지 등으로 피해가 심각했다는 것. 이하경 매원초 학부모회장은 "증축을 하면서 공사 차량이 많이 다녀 위험하다 보니 아이들은 운동장을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했고 9시 이전에 공사가 이뤄진다고 하면 등교 시간도 조정해 일찍 등교하기도 했다"면서 "학생 수가 늘어나 배치가 필요하다면 학구 조정 등을 검토해야지 증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증축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 매원초처럼 경기도 내 신도시 등에서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가는 문제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증축한 곳은 72개교로 총 734학급이 늘어났다. 광교 신도시 내 매원초는 물론 아파트 수요가 급증했던 수원 영통구의 망포초도 12학급을 증축했고, 부천 옥길 신도시 내 옥길 산들초는 두 차례 증축을 추진해 27학급을 늘렸다.
남양주 다산 신도시 내 초등학교도 올해 상당수 증축이 이뤄질 계획이다. 다산초와 다산 가람초, 다산 새봄초는 현재도 학생 수가 700~1천명대인데, 각 10학급, 5학급, 18학급 증축이 진행된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으로는 학생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는 계획 단계부터 학교 용지를 교육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
협의 당시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광교 신도시처럼 '닭장 속 학교'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미 계획이 세워진 곳에서 추가 학교 용지를 마련하기는 어려워 학교 신설을 추진하기 어려운 데다 학교 신설을 올려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문턱을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차를 두고 진행하는 개발 사업이거나,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처럼 용도 변경으로 개발 사업이 추가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학교 신설을 추진할 수 있는 공동주택 규모 4천~6천세대 이상을 채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증축이 추진되는 학교 대부분은 신도시를 개발할 때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가 학생은 늘어나는데 신설을 추진할 만한 학교 용지는 마련하기 어렵고, 신설을 올려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이들의 학부모들에게 이어진다. 매원초 3학년 학생을 보내고 있는 송주현 매원초 학부모회 감사는 "학구가 매원초로 돼 있어서 우리 아이도 매일 8차선 도로를 건너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8차선 도로를 건너는 게 어려워서 자비 부담으로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또 증축한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매원초 학부모를 포함한 1천700명은 지난달 31일 수원교육지원청을 방문해 매원초 증축을 반대하는 서명부도 전달했다.
이에 수원지원교육청은 아직 정해진 사안이 없고, 매원초와 원일초, 원천초 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차 증축 때는 학생 수가 늘어났는데 신설 추진할 수요는 아니어서 매원초 증축을 추진했다"면서 "현재 발생하는 학생 수요를 배치할 학교는 매원초뿐만 아니라 원일초와 원천초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