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엎친데 덮친격, '정원 감축' 권고
그런데도 1조6천억 쏟는 한전 공대 내년개교
학령인구 감소 대책 '골든타임' 놓쳐 불치병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스개가 현실이 됐다. 올 봄에는 수도권 대학 캠퍼스에도 반갑지 않은 꽃소식이 날아들었다. 예상보다 빠른 북상(北上)이다. 2021학년도 전국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에 그쳤다. 지방 거점 국립대학도 미달 대열에 합류했다. 전국 대학들이 4만명 넘는 학생을 모집하지 못했는데, 수도권 대학들도 1만명 이상 빈자리가 났다.
일본 정부는 올해 대학졸업자 취업률이 96%로 저조했다며 울상이다. 전년보다 3.9% 포인트 하락해 역대 두 번째 큰 폭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을 희망한 업계의 채용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취업률을 끌어내렸다는 거다. 일본은 금융위기를 극복한 2010년 이후 10년 넘도록 완전고용에 가깝다. 그런데도 코로나 운운하는 엄살이 얄궂다. 국내 대졸자 취업률은 2018년 67%대에 머물렀다. 전문대가 71%, 4년제 대학이 64.2% 수준이다.
코로나로 썰렁한 캠퍼스마다 한숨이 가득하다. 지방대학의 정원미달과 학부생 취업난은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이 된 지 오래다. 영남의 한 대학은 미달률이 20%를 넘자 총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취업률이 50% 선에 그치면서 '졸업생 태반이 백수'가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새 학기 정원 채우기, 졸업 시즌 취업률 높이기가 대학들 공통 구호다. 새내기는 귀해지고, 졸업생은 미아(迷兒)가 된다. 어느새 수도권 대학도 동병상련의 처지가 됐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구조조정 방안을 꺼내 들었다. '유지 충원율' 기준을 정해 미달한 하위 대학들은 3단계로 나눠 정원 감축을 권고한다는 게 골자다. 권한다지만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지원을 끊기에 압박의 정도가 심할 거란 전망이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묶어 하위 30~50%까지가 대상이다. 수도권 대학들도 자체 경쟁을 통해 정원을 줄여가야 한다. 지방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다. 교육 분야도 수도권 역차별 방안을 꼼꼼하게 챙기는 알뜰함이 한결같다.
정부는 지난 4년 공급 억제와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잡으려다 낭패를 봤다. 뒤늦게 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달아오른 열기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교육 정책도 때를 놓쳤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미충원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요란했으나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입안한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은 외려 뒷걸음질했다.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대학입시 변경, 고교 평준화 확대와 특목고 폐지에 매달렸다. 엉뚱한데 힘을 쓰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불치병이 된 꼴이다.
한전 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내년 개교한다. 첫해 신입생은 350명이나 2025학년도에는 1천명으로 늘린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던 골프장 부지 위에 건설되는 캠퍼스 조성과 운영비로 1조6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거점 국립대들도 정원 미달인데, 대학신설이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 공약사업 말고는 설명할 게 없을 게다.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명분마저 구차해질 뿐이다.
얼마 전, 포스텍 총장이 연구비가 부족하다며 각계 지원을 호소했다. 30여년 전 수도권 아닌 지방에서 국내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으로 개교해 세계 명문대 반열에 오른 대학이 이 모양이다. 한전 공대 지을 돈으로 전국 5개 과학기술연구대학을 지원하자는데, 정부는 귀를 닫았다. '교육부를 없애야 대학(교육)이 산다'는 해묵은 말을 두고 여전히 틀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