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00원 수신료 41년째 동결 불구
국민 76% '인상반대' 공감대 못얻어
與野도 반대… 공론화 위한 설문도
'공영책무 역할 못해' 56% 부정적

KBS, 뼛속깊이 새겨 충실 수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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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지난달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KBS가 추진한 시민토론을 계기로 해묵은 수신료 인상 논란이 또다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과 '정치과잉 현상'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대비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이어 뉴스 선호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추세인데 웬 인상이냐며 반대의 목소리가 뜨겁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 뷰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6%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 찬성은 13%로 나오는 등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올 초 KBS 양승동 사장은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추진에 나서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절실한데 이러한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며 인상안 이유를 피력했다. 당시 KBS 경영진이 발표한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 공적 책무에 대한 구체적 언급 내용은 주요 의제였다.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야당은 강한 반대 의사를 보였고 여당도 반대했다. 다만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의원 등 여당의 몇몇 의원이 찬성의견을 표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북을 통해 "국민적 동의가 없는 KBS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방통위의 12대 정책과제 발표에 공영방송 역할 강화를 위한 수신료 제도 개선이 포함된 것과 관련, "곧바로 시청료 인상 문제와 연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수신료 인상추진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마디로 KBS 경영진의 강행 의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KBS 수신료는 월 2천500원으로 1981년 이후 41년째 동결된 상태다. 그동안 물가 상승률로 볼 때, 현재의 수신료가 결코 높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음에도, 인상안 추진은 매번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번 수신료 인상 논란을 계기로 차제에 공영방송 책무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BS 양승동 사장은 수신료 인상에 대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공영방송 책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이유를 언급했었다. 그런데 현 경영진의 '공영방송 책무'에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는 달리, KBS가 주도한 공영방송 책무와 관련해서 아이러니한 조사 결과가 도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KBS 이사회가 의뢰한 KBS 수신료 공론조사 국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수신료 제도 등 의견 수렴 결과를 보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가 56%, 잘하고 있다가 42.6%로 나타나 공영방송 책무 수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게 나온 것이다.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역설적으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모양새가 되었다. 이는 시청료 인상 추진으로 불거진 공영방송 책무의 역설로 공영방송의 책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부각, 강조해 준 계기가 되고 있다.

공영방송 책무와 수신료 문제는 언론계의 해묵은 과제로 공영방송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 수신료 인상을 언급할 때마다 예외 없이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이다. 수신료 인상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어 온 이유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KBS가 수신료 인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에 대한 평가를 엄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양승동 KBS 사장이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변을 내세우며 수신료 인상추진 강행이 역설적으로 KBS가 공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S가 공영방송의 방송 책무를 뼈아프게 되짚어 보고 그 역할 수행에 충실할 것을 기대해본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