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격묘서 미라 2구에 124점 발견
"체계적 보존 처리·희소성 가치"
오산 가장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여성 미라 2구와 함께 나온 16세기 중·후반 복식(服飾, 옷과 장신구) 96건 124점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2일 문화재청과 오산시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조선 시대 중기 여성 복식 문화와 상장례(喪葬禮)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인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 묘 출토 복식'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했다.
이 복식들은 지난 2010년 5월 오산 가장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확인된 회격묘(灰隔墓, 석회를 다져 축조한 무덤)에서 나왔다.
회격묘는 조선 시대에 보급된 무덤 형태로, 내부에서 종종 미라가 발견되기도 한다. 회격묘 3기 주인은 각각 조선 시대 남성과 그의 첫째 부인으로 짐작되는 구성이씨, 둘째 부인으로 판단되는 여흥이씨로 추정됐다. 남성 묘는 훼손이 심해 정확히 묻힌 사람을 파악할 수 없었고, 여성들은 미라 상태로 시신이 보존됐다.
문화재청 조사단은 관 덮개에 씌워서 묻는 깃발 등을 근거로 세 사람의 관계를 추측했으며,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의 사망 당시 남편 품계는 9품과 6품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유물은 구성이씨 무덤 출토품이 41건 51점이고, 여흥이씨 무덤에서 나온 복식이 55건 73점이다.
시신 머리에 쓴 상태로 발견된 모자인 '가리마', 남성 관복처럼 목선이 둥근 형태의 옷인 '단령형(團領形) 원삼', 치마 앞부분을 접어 앞은 짧고 뒤는 길게 만든 '전단후장형(前短後長形) 쌍스란치마', 실용적 생활소품이자 장신구인 '자수바늘집 노리개' 등이 대표 유물이다.
아울러 얼레빗, 참빗, 귀이개, 솔과 남성 복식인 철릭(조선시대 무관의 공복), 액주름(양쪽 겨드랑이 밑에 주름이 잡혀 있는 포)도 나왔다.
문화재청은 구성이씨와 여흥이씨 무덤이 연고가 없는 한계는 있으나, 발굴기관·복식 전공자·병리학 연구자가 참여해 체계적으로 유물 수습과 보존처리를 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임진왜란 이전 양반 가문의 다양한 복식이 포함돼 희소성이 있고, 400여년 전 망자를 옷으로 싸서 관에 넣은 풍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