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매미나방 유충이 이제 경기도 전역으로 번졌다. 매년 5~6월이 한창인 매미나방 유충은 군포 등 일부 지역에서만 몸살을 앓다 이제는 안양, 용인, 안산 등 도내 도심 지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자체 뿐 아니라 경기도, 산림청까지 앞다퉈 해마다 '매미나방과의 전쟁'을 선포, 방제에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고 해가 거듭될 수록 개체 수는 훨씬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농약 살포와 같은 화학요법에만 치우친 방제가 오히려 매미나방 유충의 확산을 부추긴다고 입을 모은다.
■ 죽여도 죽여도 나오는 매미나방유충
군포시 수리산 산림욕장에는 '병해충예찰단원' 3~4명이 모여 방제 작업에 한창이다. 예찰단원인 신모(62)씨는 철제 난간에 줄줄이 붙은 유충을 겨냥해 농약을 연신 살포했다. 신 씨는 "여덟, 아홉, 열..."하며 벌레를 세어보더니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니 원.."이라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실제로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지난해부터 매미나방 유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약제 살포 등 화학 방제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군포시는 병해충예찰방제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난달부턴 드론을 이용해 수리산 등에 농약 방제를 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지난 2월 매미나방 알집제거 활동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수리산 정상 인근에 저수지를 판 뒤 저수지 용수를 농약과 섞어 방제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도 도심 속 가로수까지 점령한 유충을 퇴치하기 위해 산불진화차량을 통해 농약을 살포했다.
문제는 지자체들의 노력에도 유충은 도심 속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군포시 산본공원의 놀이터 인근에서 앉을 자리를 살피던 윤순자(76)씨는 벤치에서 백 원짜리 동전 지름만 한 유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윤 씨는 "공원을 가로질러 출퇴근하는데, 벌레들이 많아 사람들이 벤치에 앉지 못한다"며 "놀이터 기구까지 벌레들이 점령해 아이들도 이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의 가로수 길을 걷던 김한나(66)씨는 인도 사이에 내려앉은 거미줄에 매달린 유충을 보고 급히 몸을 틀었다. 김 씨는 "도심 속까지 애벌레가 보여 혐오감을 느낀다"며 "몸에 닿으면 하루종일 간지러워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충이 출몰하는 지자체마다 '유충을 없애달라'는 민원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 생태계 고려한 방제로 바꿔야
드론까지 동원해 화학방제를 하는데도,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매미나방 유충의 확신이 겨울철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 탓도 있지만 '화학 방제 일변도'의 방제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상지대학교 산림과학과 류동표 교수는 "기후변화 영향도 있지만, 농약 등 화학 중심의 방식이 매미나방 창궐을 막지 못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지나친 농약 방제로 매미나방뿐 아니라 나방의 '천적'인 벌이나 파리 등 다른 벌레들까지 피해를 입어 먹이사슬 자체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목포대학교 최세웅 교수는 "시민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화학 방제를 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주변 생물들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천연미생물 살충제(BT, Bacillus thuringiensis)' 등의 방법도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림청과 지자체 등 방제 주체가 방제 계획의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을지대학교 보건환전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매미나방 문제가 불거졌는데, 당시에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매미나방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벚꽃이 필 무렵인 4월 중순에서 5월 초께 매미나방 유충이 알에서 부화한 후 군집 생활을 하는데, 화학 방제는 이때 집중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매미나방이 주기를 타며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방제별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제대책은 '화학요법'에만 머물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매미나방 등 병해충 근절에 43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월동기 알집 제거부터, 유충으로 활동하는 시기, 오는 7월 성충으로 변할 시기까지 구간별로 방제 계획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번식력이 강한 유충 단계에선 화학 방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성충기 때는 '페로몬 트랩' 등 물리적 방법을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농약 살포와 같은 화학요법에만 치우친 방제가 오히려 매미나방 유충의 확산을 부추긴다고 입을 모은다.
■ 죽여도 죽여도 나오는 매미나방유충
군포시 수리산 산림욕장에는 '병해충예찰단원' 3~4명이 모여 방제 작업에 한창이다. 예찰단원인 신모(62)씨는 철제 난간에 줄줄이 붙은 유충을 겨냥해 농약을 연신 살포했다. 신 씨는 "여덟, 아홉, 열..."하며 벌레를 세어보더니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니 원.."이라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실제로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지난해부터 매미나방 유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약제 살포 등 화학 방제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군포시는 병해충예찰방제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난달부턴 드론을 이용해 수리산 등에 농약 방제를 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지난 2월 매미나방 알집제거 활동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수리산 정상 인근에 저수지를 판 뒤 저수지 용수를 농약과 섞어 방제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도 도심 속 가로수까지 점령한 유충을 퇴치하기 위해 산불진화차량을 통해 농약을 살포했다.
문제는 지자체들의 노력에도 유충은 도심 속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군포시 산본공원의 놀이터 인근에서 앉을 자리를 살피던 윤순자(76)씨는 벤치에서 백 원짜리 동전 지름만 한 유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윤 씨는 "공원을 가로질러 출퇴근하는데, 벌레들이 많아 사람들이 벤치에 앉지 못한다"며 "놀이터 기구까지 벌레들이 점령해 아이들도 이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의 가로수 길을 걷던 김한나(66)씨는 인도 사이에 내려앉은 거미줄에 매달린 유충을 보고 급히 몸을 틀었다. 김 씨는 "도심 속까지 애벌레가 보여 혐오감을 느낀다"며 "몸에 닿으면 하루종일 간지러워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충이 출몰하는 지자체마다 '유충을 없애달라'는 민원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 생태계 고려한 방제로 바꿔야
드론까지 동원해 화학방제를 하는데도,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매미나방 유충의 확신이 겨울철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 탓도 있지만 '화학 방제 일변도'의 방제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상지대학교 산림과학과 류동표 교수는 "기후변화 영향도 있지만, 농약 등 화학 중심의 방식이 매미나방 창궐을 막지 못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지나친 농약 방제로 매미나방뿐 아니라 나방의 '천적'인 벌이나 파리 등 다른 벌레들까지 피해를 입어 먹이사슬 자체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목포대학교 최세웅 교수는 "시민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화학 방제를 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주변 생물들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천연미생물 살충제(BT, Bacillus thuringiensis)' 등의 방법도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림청과 지자체 등 방제 주체가 방제 계획의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을지대학교 보건환전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매미나방 문제가 불거졌는데, 당시에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매미나방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전략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벚꽃이 필 무렵인 4월 중순에서 5월 초께 매미나방 유충이 알에서 부화한 후 군집 생활을 하는데, 화학 방제는 이때 집중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매미나방이 주기를 타며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방제별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제대책은 '화학요법'에만 머물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매미나방 등 병해충 근절에 43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월동기 알집 제거부터, 유충으로 활동하는 시기, 오는 7월 성충으로 변할 시기까지 구간별로 방제 계획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번식력이 강한 유충 단계에선 화학 방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성충기 때는 '페로몬 트랩' 등 물리적 방법을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지영기자·조수현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