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실상의 고리를 능숙하게 연결하며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을 묘사해온 김덕희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사이드미러'를 출간했다.
'사이드미러'를 포함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객관적 현실감각을 잃지 않으려 분투하는 인물들을 그려내는데 "자신이 누군가가 쓰고 있는 유치한 성장기 속의 주인공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으로 온갖 작위투성이인 세계를 응시하는 이들을 통해 실재와 허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묘사한다.
책은 또 익숙한 체계와 질서가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며 붕괴 되는 과정을 작가의 치밀한 문체로 따라가며 고정된 인식의 바깥에서 바라보는 세계의 이면을 발견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이 서로 생경(生梗)한 기척을 느끼고 그것의 원인을 집요하게 탐구해 나가고, 작품에 담긴 허위(虛僞)는 인물 간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균형을 맞춰가면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나간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