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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윌리엄은 평소처럼 한적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차를 멈추라고 지시했다. 차를 세운 윌리엄은 과속했느냐 물었지만, 그게 아니라고 한다. 경찰은 윌리엄 차에 붙어있던 육군 스티커를 보고 차를 세웠다고 했다. 경찰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당신에게 그저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소." 윌리엄은 답했다. "저는 이라크에서 15개월 동안 복무했어요."

이 말을 듣고 경찰이 울먹였다. "우리 아들도 이라크전에 참전했었죠.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얘기를 듣던 윌리엄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조용히 위로를 건넸다. 차 안에는 국기(성조기)가 놓여 있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받은 국기와 같았다. "당신이 내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를 세웠어요. 저를 한번 안아줄 수 있나요?" 윌리엄은 눈물을 흘리며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두 남자는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사실 포옹이 정말 필요했던 사람은 윌리엄이었다. 그는 참전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이날도 병원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오던 중 경찰관을 만난 것이다. 2분짜리 이 동영상은 986만 뷰어를 기록했다.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의 차량 번호판에 특정 문양이나 문구를 새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은 '골드 스타'(Gold Star) 제도를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그 가족들을 예우한다. '골드 스타'는 전투나 군사 관련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들을 가리키며, 그 가족을 '골드 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라 한다. 차량 번호판에는 황금색 별 문양과 'GOLD STAR FAMILY'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지방 정부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행사를 열고, 주차장 전용공간 제공 등 혜택을 준다.

보훈의 달, 6월이다. 정부는 참전유공자와 상이군경, 국가 유공자, 유족으로 나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액이 너무 적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가 보훈 예산 비율은 전체예산의 1.5%, 서울시 복지예산 14조5천억원보다 적은 5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호국(護國)을 위한 희생에 최고 수준의 예우와 보상으로 보훈(報勳)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에 애국(愛國)을 말해야 하는 게 국가 책무 아닌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