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 내달 11일까지 미디어아트 전시
말을 거는 듯한 화면… 관람객 참여 유도
코로나로 뒤틀린 일상속 삶의 본질 질문
큰 스크린 앞에서 인사하듯 손을 흔드니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지구 안내자인 별, 재생과 부활을 뜻하는 구름,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푸른 나무와 작고 예쁜 노란 꽃. 두 아이가 웃는 얼굴로 뛰어오고 기백 좋은 호랑이도 고개를 내민다.
바람 소리, 새소리는 마치 자연 속 어딘가에 있는 듯하고,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는 보는 이를 저절로 미소 짓게 한다.
그림은 한 조각씩 모여 '안녕'이라는 문자를 만들고, 꽃잎이 흩날릴 때쯤 스크린에 손을 대면 빨간 꽃이 손끝에서 피어난다. 안녕이라는 글자만 바라볼 때와 관람객이 스크린에 손을 대고 바라볼 때의 광경은 사뭇 다르다. 어딘가 허전해 보이던 스크린은 관람객이 다가가면서 비로소 완전해지는 느낌이다.
이를 두고 홍인숙 작가는 "빛이 사람을 세워두고 어둠이 사람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홍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작품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안녕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제 "싸랑한다"고 대답할 차례이다. 꽃과 나무, 새가 '싸랑'이라는 글자를 잔잔하게 만들어 나간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느껴지는 표현이다.
7월1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프로젝트 '거대한 안, 녕'은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메시지에 관한 전시다. 작품은 코로나19로 평범했던 일상이 뒤틀려버린 우리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언제나 예고 없이 닥친 어려움은 한 번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잘 살고 있는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자연 보호'나 '사람 사랑'과 같은 변하지 않는 가치와 연결된다. 작가는 긴 글을 다 덜어내고 '안녕'과 '싸랑'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이러한 가치를 표현했다.
글자를 마구 두드린 뒤 후두두 터져 나오는 꽃들을 보며 "마음이 이상하다"던 관람객들의 말은 작가에게 '시적인 표현'이 된다. 이는 곧 '힐링'과 '명상'이라는 단어로 받아들여졌다고 홍 작가는 전했다.
특히 그동안 회화로서만 접할 수 있었던 홍 작가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미디어 아트로 또 다른 생명을 얻었다. 미디어로의 전환은 움츠러든 일상을 몸을 이용해 환기하고 확장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미술관과 예술가가 '코로나19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겨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