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지키는 산림 탄소중립 전략은
나무 베고 어린나무 심는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준 체계 잘 보존하고
나무 많이 심어 숲 조성해 나가는 것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최근 우리나라 산림청의 탄소중립정책이 환경단체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산림청은 탄소흡수를 늘리기 위해 30살에서 40살 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10~20㎝) 30억그루를 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해 그동안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산림청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타당성과 무리한 대규모 벌채로 인한 산사태 위험, 생물다양성 감소 등 여러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산림청의 정책은 숲을 단순히 탄소를 저장하고 목재를 제공하는 기능으로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논란이 커지자 산림청은 지난 3일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 중 최근 논란이 된 쟁점들에 대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해 정책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숲을 파괴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정책에 일침을 가하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시애틀 추장(수잔 제퍼스 글·그림. 한마당)'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인 1850년경, 아메리카 북서쪽에 살던 원주민인 시애틀 추장은 미국 정부에게 그들이 살던 땅을 내주면서 자신의 모국어로 연설을 했다. '우리는 알고 있지,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의 일부란 것을. 웅웅거리는 철삿줄로 언덕을 얽어매놓고 나면? 울창하던 숲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그것은 삶의 끝, 그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시작되겠지. 지금 이대로 이 땅의 모습을 지켜가라. 당신의 아이들을 위해 땅과 대기와 강물을 보살피고 간직하라'.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시애틀 추장의 연설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그의 연설처럼 자연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다.
숲은 나무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 식물, 곤충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나무 하나는 나뭇잎에 달린 작은 곤충의 알부터 새들의 둥지까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산다. 서로 얼기설기 의존해 살아가고 있고, 인간 또한 그 속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숲이 파괴되면 야생 동식물은 서식지를 잃게 되고 결국 멸종 위기에까지 처하게 된다.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거대한 생태계를 어린나무가 대신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생태계 복원'이다. 생태계 복원은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을 훼손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산림 탄소중립 전략은 기존의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심는 정책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생태계는 잘 보존하고, 나무가 없는 곳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