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넓은 복도위 '아이보리빛 무대'
홍콩유혈사태 풍자 등 작품 곳곳에
수도시설 공간… 크로마키 영상 제작
생활속 소리 채집·글과 음악의 만남
'다함께 예술' 학교밖 청소년까지 개방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추는 그곳,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그곳. 이런 공간이 학교 안에 있다면, 학교 가는 여러분의 발걸음은 무척 신이 나고 가벼울 겁니다.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의 성지초등학교 별관에 들어선 '경기학교예술창작소'를 방문했습니다. 겉으로 볼 땐 우리들 학교 특유의 딱딱함이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갈색 벽돌을 일렬로 빼곡히 쌓아올린, 누가 봐도 '학교'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실망은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기대로 바뀝니다. '겉바속촉'처럼 외부와 달리 울퉁불퉁 튀어나온 여러가지 갈색의 내부 벽돌 인테리어가 벌써 이 공간은 '뻔한 곳'이 아니라고 속삭입니다.
2층에 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복도, 그 위에 펼쳐진 '아이보리빛 무대'입니다. 교실로 건축된 공간을 터 나무 바닥을 깔고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무대도 될 수 있고 전시장도 될 수 있고 토론도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공간입니다.
그 바로 옆 둥글게 이어진 복도에는 학생들이 만든 조형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설치됐습니다. 작품들의 크기부터 남다릅니다. 커다란 나무막대를 이어 집을 만들고 그 안에 작품을 전시해두었고, 폐휴대폰 부품을 활용하고 장난감 총을 이용해 지난해 발생한 '홍콩유혈사태'를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관찰한 공간들도 입이 떡 벌어집니다. 어떤 공간은 복층으로 구성돼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다락' 같은 공간에서 촬영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공간은 보라색, 초록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의 조명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힙합,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할 수 있고 전면에 전신거울이 잔뜩 설치돼 마음껏 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큰 수도시설을 설치한 곳도 있고 크로마키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할 수 있는 창작 공간도 있습니다.
이렇게 둘러보니, 경기학교예술창작소는 높은 층고와 학생들 마음대로 변형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 구성이 특징입니다. 층고가 높으면 창의력이 쑥쑥 성장한다는 교육이론을 참고했고 예술의 기교를 교육하기보다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경험치를 교육하기 위해 공간 구성에 어떤 제약도 두지 않았답니다.
이런 공간을 바탕으로 오감을 만족하는 예술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이를테면 음악에 관심있는 친구라면 음악뿐 아니라 각종 생활 속 소리도 채집해 음악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몸의 움직임을 통해 연극적 요소로 활용하거나 글쓰기와 작사를 융합해 글과 음악이 만나는 경험을 교육하는 방식입니다.
딱딱하게 말하면, 교육과정을 연계한 '창의형 교육프로그램'은 학교 동아리, 학급에서 교사가 신청해 체험할 수 있고 심화형 교육프로그램은 예술에 재능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입니다.
경기학교예술창작소 조례가 통과된 올해부터는 '다함께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도 내 학교 밖 청소년들까지 창작소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이 나서 구경했더니, 복도 바닥에 설치된 한 작품이 눈에 띕니다. 바닥에 깔린 투명한 비닐 위에 주황색 금붕어 그림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그 위로 비닐봉지에 담긴 금붕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학생은 '코로나19로 자유를 빼앗긴 내가 마치 비닐봉지에 쌓인 금붕어 같다'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예술 그 자체입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경기학교예술창작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