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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국민이 한마음으로 추도하는 국가 추념일이다. 삼일절, 광복절, 6·25전쟁일 등 대한민국 건국, 수호와 관련된 국경일과 기념일이 가능했던 건 순국선열 덕분이니, 현충일의 의미는 실로 무겁다. 단 한 명이 연주하는 트럼펫 진혼곡이 가슴을 울리는 건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뜨거운 감정 때문일 테다.

엄숙해야 할 현충일이 최근 몇 년 시끄러웠다. 2019년 현충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가 발단이 됐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김원봉은 6·25 전쟁 당시 북한 전시내각의 노동상이었다.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인 국군과 UN군을 추모하는 자리에 '김원봉'이 등장하자 난리가 났다.

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과 생존장병이 추념행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언론 보도로 시끄러웠다. 국가보훈처는 코로나19 탓이라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해 3월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지를 따진 사건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올해 현충일, 국립서울현충원 안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추념식이 벌어지는 동안 바깥에선 천안함 생존장병 16명이 시위를 벌였다. 추념식에 참석해야 할 장병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취소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 처벌과 생존장병 전원 국가유공자 인정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을 마치자 곧장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성추행 피해 신고 은폐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 부사관의 빈소를 찾은 것이다. 여 부사관의 피해와 가해자의 범죄는 80일 넘게 은폐됐다. 조직적인 타살에 가깝다.

조국 수호 전쟁에서 희생당한 죽음도 논란이 되는 마당에 장병들의 범죄피해와 급식피해는 조족지혈일지 모르겠다. 나라를 지킨 선조와 나라를 지키는 장병을 향한 보훈이 엉망이 됐다. 정상이 아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