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대학사회에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하 전문교원)'이 등장했다. 겉모습은 대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인데, 전문교원들의 현실은 전혀 달랐다. 열악한 처우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연봉과 승진 등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감내해야 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인 '전임교원확보율'에 전문교원도 반영하게 하면서 재정은 부족하고 지표는 채워야 하는 대학들이 처우는 개선하지 않은 채 전문교원만 대거 양산하는 실정이다.

■연봉부터 복지까지 차별적 대우 받는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연구비는 학교가 받아가고, 연구 결과는 알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A씨는 비정년계열 산학협력 중점교원(이하 전문교원)이다. 산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인정받아 경기대학교에서 전문교원으로 일한 지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A씨는 이름만 '교수'일 뿐,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연봉은 제자리 걸음이고, 일반교원과 달리 연구년(연구 활동을 위해 1년가량 학교나 연구기관 등이 제공하는 휴가)를 간 적도 없으며 재임용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2년 간 목표 성과를 채우는데 급급하다. 승진도 '부교수'로 제한되는 데다 본인의 중점 분야가 아닌 교육 또는 연구에서 성과를 내도 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정부 등에 연구비를 받아와도 학교는 연구실 등의 지원은 없어 아는 지인한테 연구실을 빌리기도 했다.

A씨는 "일반교원과 근무조건은 같지만, 연봉 등 처우는 전혀 다르다"면서 "최저임금도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매년 오르는데, 적어도 열심히 일한 결과에 맞는 보상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경기대 전문교원 관련 인사 규정을 보면, 전문교원은 일반교원에 적용하는 승진, 승급, 연구년제도, 교직원 해외여행 규정,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 등을 적용 받지 않는다. 또한, 승진 직급은 부교수로 한정되며 연봉은 종전계약 조건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또 다른 경기대 전문교원인 B씨는 "전문교원 가운데 재임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교원한테는 생존권 문제"라면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를 채우기 위해 (전문교원을) 대거 뽑아 놓고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승진 요건도 너무 까다로워 승진도 거의 불가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과 같은 전문교원은 경기대에만 230여명이다. 경기대 전체 교원 580여명 가운데 약 40%. 교원 10명 중 4명은 열악한 처우에 놓인 전문교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일반교원과 학교도 경기대 전문교원의 열악한 처우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경기대학교 교수노동조합은 "전문교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중에 복수노조가 하나의 단체협약 안을 낼 때 전문교원 처우 개선 부분도 담으려고 내부적으로 안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관계자도 "전문교원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란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은 정년을 보장 받은 일반 교원과 달리,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 전문 교원을 말한다. 강의 중점, 연구 중점, 산학협력 중점, 외국인 등 유형은 다양하다. 이들은 중점 분야와 관계된 직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박사 학위 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일반교원과 다르게 재임용 기회가 부여되고 연봉 등 처우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인 '전임교원확보율'에 전문교원 수도 포함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전문교원이 대거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운영 실태 분석'을 보면, 지난 2018년 기준 전문교원 비율은 전체 전임교원 중 18.0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이 분석한 대학의 전문교원 평균 연봉은 4년제 일반대학의 경우 3천400만원, 전문대학은 3천87만원에 불과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