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잘헌다" 숨구멍 사이 적재적소
이달중 4회 나눠 완창… 성공적 첫 무대
"호남의 남원이라 허는 고을이 옛날 대방군이었다. 동으로 지리산, 서로 적성강, 남적강성허고 북통운암허니 곳곳이 금수강산이요, 번화승지로구나"…(중략)…"울체 인제 내 알았소, 도련님 한양을 가시면 내 아니 갈까 염려시오? 여필종부라 허였으니 천 리 만 리라도 도련님을 따라가지."
인천의 소리꾼 김경아 명창과 함께하는 한 달 동안의 춘향가 '완청(完聽)'이 지난 4일 오후 7시 인천학산소극장에서 시작됐다. 김경아 명창은 인천의 '귀명창' 30여명을 반가운 표정으로 맞았다.
김 명창이 "목이 좋지 않으니, 오늘은 여러분의 추임새에만 얹어서 가보도록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객석은 '얼씨구, 좋다, 잘헌다, 그라제' 등의 추임새를 김 명창이 소리를 잠시 쉬어가는 '숨구멍' 사이 정확하게 꽂아 넣으며 명창을 이끌었다. 공연 제목은 완창(完唱)이 아닌 완청(完聽)이다.
공연 해설을 맡은 유영대 고려대 교수는 "공연 리플렛에서 '완청'이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면서 "사실 소리꾼이 하는 것은 '완창'인데, 소리판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명창도 아니고 고수도 아니고 청중이 제일 중요하다. 청중이 없으면 판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완청이라는 이름은 객석의 청중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청중과 김 명창이 함께 6시간에 이르는 춘향가를 매주 1차례씩 4개의 토막으로 쪼개서 듣고 부르는 자리다. 하이라이트만 골라 듣는 '토막소리' 방식의 판소리 공연과 달리 전곡을 네 차례로 나눠서 듣는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관객들은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신선했다고 입을 모았다. 관객 김창길씨는 "판소리 전체를 들려주는 완창 공연은 명창에게도 흔하지 않은데, 관객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이런 새로운 형식의 시도가 더 자주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은 3차례의 완청에도 꼭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